"KBS 기자가 도청..회의전후 대표실 주변 오갔다"

2011. 6.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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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당 도청' 의혹 확산

민주, 정확한 정보 입수위해 무리수 실행 추측

"한선교 의원, 녹취록 제공자 오늘까지 밝혀라"

KBS·한 의원 부인…KBS 새노조 "진상 조사를"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누가 도청을 했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함부로 특정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누가 도청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 같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도청 장본인을 지칭할 때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과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라는 표현을 쓴다. 누가 봐도 <한국방송>(KBS) 관계자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수신료 40% 인상'으로 연간 2200억원의 수익이 늘어나는 한국방송이 수신료 인상의 직접적인 수혜자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한국방송 기자가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이를 한나라당에 건네줬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복수의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은 2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국방송 기자가 도청을 했으며 이를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제3자'를 통해 민주당에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함구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한국방송 기자'를 도청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전날 "도청과 관련해 유력한 제보를 받아 경찰에 통보했다"는 것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제보가 와서 경찰에 넘겼으니 도청 범인이 누구인지는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 도청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있다. 문제의 비공개 회의 전후 한국방송 기자가 회의 장소인 국회 민주당 대표실 주변을 오간 것을 봤다고 민주당 당직자 여러명이 얘기한다. 한국방송 기자들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공세적 취재'를 해왔다. 문제의 23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전날 여야가 합의한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파기할지를 결정짓는 회의로, 한국방송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한국방송 기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도청이라는 무리수를 쓰지 않았겠느냐는 게 민주당 안팎의 대체적인 추측이다.

한국방송 연루 의혹이 커지자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쪽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한국방송이 도청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어 사쪽의 침묵은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사쪽은 철저한 내부 확인을 통해 관련 사실 여부를 조속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쪽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한상덕 한국방송 홍보국장은 "도청 관련한 사항은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지난 27일 야당 추천 몫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장실로 전해진 것은 녹취록이 아니라 현장 취재기자들의 일상적인 동향 보고서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 사건의 당사자인 한선교 의원도 한국방송과의 연관설을 부인했다. 한 의원은 2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한국방송에서 받은 게 아니다. 나에게 녹취록을 준 사람은 민주당 내부에서 줬다고 했다"며 "나는 오히려 민주당이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선교 의원에게 30일 낮 12시까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열린 첫 불법도청진상조사특위 뒤 천정배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법률상 도청도 중대한 범죄지만 도청 내용을 누설한 한 의원도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지금부터 24시간을 줄 테니 내일 정오까지 진상을 밝히고, 시한 안에 밝히지 않을 경우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최성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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