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무 NO!" '女風' 외교부, 인사 골머리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2011. 6.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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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 女외교관 근무 미뤄.. 男 "역차별" 불만

외교통상부가 오는 8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여성'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2005년부터 여성이 외무고시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풍(女風)'이 거세지면서 최근 전혀 예상치 못한 인력 수요·공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20∼30대 여성 외교관들이 대거 대사관·영사관 등 해외 공관 근무를 미루거나 험한 지역의 공관 근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발표한 올해 외무고시 2차시험 합격자 38명 중 20명이 여성으로, 비율이 52.6%에 달했다. 3차까지 치러지는 외시 여성 합격자 비율은 2005년 52.6%로 절반을 넘어선 뒤 2009년(48.9%)을 제외하고는 매년 50%를 넘었다. 지난해 여성합격자 비율은 60%였다. 국·과장급 이상은 여전히 여성 외교관이 희귀하지만, 실무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꽤 높아졌다. 특히 여성들이 선호하는 국제기구국 유엔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장을 제외한 직원 모두가 여성이었을 정도다.

문제는 상당수 여성 외교관이 20∼30대이다 보니 결혼 적령기를 이유로 해외공관 근무를 가능한 한 늦추려 한다는 데 있다. 한번 해외근무를 나가면 공관 2곳에서 최소 5년을 근무해야 하는데, 해외에서는 배우자를 고르는 게 쉽지 않고, 결혼 자체를 늦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성 외교관이 적었기 때문에 '배려'가 가능했지만, 최근처럼 매번 인사대상 여성 외교관이 20여명에 달하면 개인사정을 감안할 수 없다는 게 외교부측 고민이다. 에너지·자원 외교로 남미·아프리카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여성인력 문제로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 외교관들의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두가 선호하는 공관에 근무하면 다음은 아프리카·남미 등 힘든 공관에 배치되는 '온탕·냉탕' 원칙이 여성 외교관들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렇다고 본인 의사를 무시하고 인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외교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본인 의사와 무관한 보직으로 발령내자 퇴직 의사를 밝힌 계약직 직원도 3명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중요한 인사기준 중 하나가 남녀 형평성 문제로, 여성에게도 동등한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개인사정 등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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