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한국말 요약'..웃지못할 대학 영어강의

배준희 기자 2011. 6.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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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준희기자][대학마다 앞다퉈 도입했지만 부작용도 커…"교수법 개발 등 뒤따라야"]

지난 5월말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강의실. 교수는 미리 준비해 온 영어 파워포인트 자료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읽었다.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막부'와 '명치유신' 등의 단어를 설명할 때는 한국어를 번갈아 사용했다.

수업의 마지막 15분은 한국말로 진행된다. 교수가 영어강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요약 설명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외국인 학생들은 그 시간 동안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요 대학들이 국제화를 명분으로 앞다퉈 영어강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대학이 6년전 쯤부터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영어강의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대학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화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섣불리 도입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신규 교수 채용 시 일정 학점 이상을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 소재 대학은 지난해 기준으로 영어강의 비율이 20~40% 수준이다. 서울대가 15%, 연세대 29%, 고려대 40%, 경희대 34%, 중앙대 20% 서강대 26% 등이다. 100% 의무 영어강의로 올해 초 논란이 됐던 카이스트는 비율이 90%를 넘나든다. 학부 3·4학년 전공수업에 한 해 영어강의가 실시되는 포스텍은 58% 정도다.

국내 대학 영어강의 문제점은 영어·한국어 혼합형, '콩글리쉬' 영어발음 등으로 요약된다.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부 교수를 '넥스트 교수', '오케이 교수' 등 별칭으로 부르는 촌극이 벌어진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손모씨(26)는 "영어강의로 개설된 학과 전공수업 가운데 일부 강의는 마지막에 15분 정도 별도 시간을 내서 한국말로 요약해주는 교수님들이 있다"며 "수업 자료인 파워포인트도 미리 온라인상에 올리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해당 외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무리하게 영어강의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카이스트 3학년에 재학 중인 강모씨(21)는 "스페인어나 일본어처럼 제2외국어조차 영어로 강의하다 보니 교수님들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혼란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만 강의를 하다 보니 교수와 학생 간에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것도 문제"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도선 고려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강의를 100%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문제점을 근거로 하지 말자는 것도 고려대상"이라며 "교육목표와 이념에 따라 영어강의가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 교수는 이어 "지금은 영어강의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라며 "다만 학교 차원에서 영어라는 '언어'와 전공이라는 '내용'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 개발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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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준희기자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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