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80년 광주학살을 왜 북한소행이라고 주장하나?

2011. 5. 19. 09: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최근 1980년 5월 광주학살이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는 보수단체의 주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0여개 보수 성향 단체들의 연합체인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와 한미우호증진협의회가 5.18 광주학살은 북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광주에 침입해 북한 지령에 따라 광주시민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주장하면서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미우호증진협의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광주 시민과 한국정부 미국은 북한의 대남 공작에 의한 피해자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탈북 군인들이 만든 '자유북한군인연합' 소속 회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증언내용이 본인이 경험한 내용이 아니라 북한에서 들은 '전언'인데다 '잃어버린 10년' 등 극우보수단체의 논리와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5.18 관련단체와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역사를 무시하는 망국적인 주장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불참한 것과 보수단체들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19일 < why스 > 에서는 '80년 광주학살을 왜 북한소행이라고 주장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1980년 5월 광주학살이 계엄군이 아니라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뭐냐?

= 근거는 북한 군인출신 또는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지난해 발간된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어렵게 구해서 읽어보니 군인들의 증언이기는 하지만 직접 광주를 다녀갔다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전언(들은 얘기)을 증언하고 있었다.

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보수단체들이 80년 5월 광주학살은 진압군이 아니라 북한군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직접 광주를 다녀갔다는 사람의 증언은 없다는 얘기냐?

= 그 점이 궁금해서 책을 읽어 봤지만 직접 경험했다는 내용은 없었고 다 들은 얘기들을 자신의 경험과 종합한 것들이었다.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 탈북 전에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하게 된 배경, 과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면서 북한 생활도중 들었던 5.18 관련 얘기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광주에 침투했다가 북한으로 돌아온 뒤 다시 탈북해 월남한 사람을 만나봤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1980년 당시 광주에 직접 침투했다는사람의 증언은 없었다.

"광주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파견됐다더라", "평양에서 좌천된 당 간부의 얘기를 들었다"거나 "고향의 선배가 직접 다녀왔다"더라는 등등의 증언들이 대부분이다.

▶북한 특수부대 600명이나 내려왔다? 쉽게 믿기 어려운 주장인데?

= 6명도 아니고 북한군 특수부대원 600여명이 침투했다는 말은 상식적으로납득하기가 어려워서 확인을 해봤다.

80년 5월 광주학살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한미우호증진협의회' 대표인서석구 변호사와 통화를 했는데 600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 이렇게 물었더니"12.12 5.18 수사기록에 공수부대가 기밀유지하면서 작전을 하는데 정체불명의 300여명 되는 부대가 나타나 군장비와 무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300여명이 아시아자동차에서 트럭을 탈취해 무기고를 습격한 사람이 300여명이다. 두 사건을 합하면 600명이라고 추정을 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다만 탈북자들의 말이 다른데 간첩은 점조직이다 보니 서로간 정보가 차단돼 공유를 하지 않는다면서 병력수를 부풀려서 600명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펴낸 '자유북한군인연합' 임천용 대표에게 600명이 넘어왔다는 얘기를했냐?'고 물었더니 "600명이라고 단정 지어서 얘기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천용 대표는 "주요 대도시에 침투해 게릴라전을 하려면 1개 대대급 정도는 되야 하는데 북한의 대대 규모가 5~600명일 수도 있고 1천명이 되는데도 있는데 최소 규모는 5~600명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자꾸 번져서 600명이 침투한 것처럼 나돌더라"라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북한에 있을 당시 광주사건이 있을 때 특수부대를 보내려는 시도를 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미국과 전두환 세력이사전에 이를 알고 철저히 차단을 해서 작은 규모로 들어가다 전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1천 명 정도를 보내려고 시도를 했지만 몇 명이 들어갔는지 몇 명이 죽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0년 당시 남북관계는 2000년대 남북관계와는 극한 대립의 상황이었다.

▶'자유북한군인연합'은 어떤 단체냐?

=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천용 대표는 북한군인 출신 탈북자의 모임이라고 했다. 지낸다고 했다.

처음에는 특수부대 출신들로만 회원을 받았지만 일반군인 출신들이 항의를 해서 회원의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회원이 몇 명이냐고 하니까? 특수부대 출신은 50여명이고 일반군인 출신도회원으로 받았다고 하면서 북한인민해방전선과 회원이 겹친다면서 회원이 400여 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탈북자 단체에서는 북한자유군인연합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북한자유군인연합'이 활동을 잘하지 않는다"면서"행사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가 많은데 황장엽 씨가 위원장을 맡았던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연합체적인 성격이고 황 씨의 사망으로 탈북자동지회장인 홍순경씨가 위원장이 됐다.

자유북한군인연합의 임천용 대표는 재단사업과 학교운영, 광명기획이라는 출판사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주장에 근거나 그런 것이 있나?

= 증언들을 읽어보니 자신이 경험한 바를 진솔하게 꾸밈없이 나타내기 보다는 들은 얘기를 전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사실 이런 증언은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 사안이므로 담담하게 경험하거나 들은 내용들이 사실적으로 기록이 되어야 하는데 증언을 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폄하하고 비판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 하고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김대중 노무현의 친북정권 10년은 남한의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전체사회가 북한의 인질로 전락하게 하는 길을 틔웠고 수많은 친북군단을 양산하여 북한에 대한 저항력을 무력화 시켰으며..."라는 글이 있다.

여성군관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는 "광주의 영혼들은 김정일을 추종하는 김대중, 노무현의 친북좌파세력들이 이 땅, 대한민국에서 깡그리 소멸되기 전까지는 편히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라면서 "광주사건을 조작하고 살인을 명령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당시의 진압군 군부가 아니라 북한의 악독한 독재자 김정일이다"는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교사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는 "우리 탈북자들의 눈으로 봐도 친북좌파정권 10년 동안은 대한민국 전체가 쉽게 해독 될 수 없는 위험한 독극물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맨 처절한 운명의 시간이었고...절대로 두 번 다시 되풀이 되면 안 되는 비참한 흔적을 남긴 저주의 10년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한나라당이나 극우보수단체들이 주장해온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논리 전개다.

▶탈북자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냐?

= 70대 노인이라고 밝힌 한 탈북자는 "5.18광주사건은 북한정권과 김대중을 비롯한 친북세력들이 민주화를 이용하여 국가전복을 노렸던 반국가적 사건이었다"라고주장하고 있다.

한 탈북자는 "나는 5.18 광주봉기는 민주항쟁이 아니라 김대중의 친북좌익집단과 김일성의 명령을 받은 북한 특수부대들이 야합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인정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30대 후반의 가정주부라고 밝힌 탈북자는 "1980년대에도 남조선은 자본주의 사회였고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제도였음이 분명한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슨 민주화운동이라는 영웅적인 혁명이 타당하였는지 합리성도 전혀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의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증언이라는 것이 들은 얘기를 전하는 것인데 그 내용에 잃어버린 10년이니 김대중 친북좌파니 하는 극우보수단체들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탈북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서 주장하는 이유는 뭐냐?

= 표면적인 이유는 5.18 광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가 광주학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여부는 오는 25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자문위원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막기 위해서 만이라고 보기에는 보수단체들의 움직임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극우보수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탈북자나 보수단체들의 북한군 소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이냐?

=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4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의를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당시 "5.18 민주화운동은 역사적으로 심판이 내려졌고 또 우리 국민들도 대다수가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김영진 의원이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김황식 총리가 대독한 기념사에서 "31년 전 광주는 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화의 희망을 이 땅에 심었고, 자유와 민주를 향한 그날의 함성은 6월 항쟁으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며 "민주화를 통해 민주주의 토대를 튼튼히 닦았지만,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단체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지난 1988년 광주 학살 청문회 등을 통해 진상이 모두 밝혀진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참으로 황당한 주장에 기가 막힐 뿐이다. 반대운동을 즉각 중단하고 광주영령과 유가족, 광주시민에게 석고대죄 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들 가운데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는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명박 정부와 이들 보수단체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후 이들 단체에 대한 정부지원 중단도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도 "5.18이 북한군에 의한 소행'이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앞세우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참으로 역사를 무시하고 5.18 희생자와 광주시민을 거부하는 망국적 반민주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3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8년 2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30주년인 지난해에도 불참했다.

지난해에는 방글라데시 총리를 접견했고 올해는 국제기구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이런 일정은 몇 달 전에 잡히는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5.18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5월 18일에 대통령의 일정을 잡는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공식 일정인 국제기구 사무총장 접견 이외에 비공식 일정도 많다"면서 "서울이면 모를까 지방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5.18 기념식 불참을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이 애써 외면하는 게 아니다. 김황식 총리를 통해 충분히 뜻을 전했고, 전남 출신 총리가 광주를 찾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일각에선 제기되는 불참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그러나 5.18 기념식이 돌발적안 행사가 아닌데다 국제기구 사무총장의 접견이기념일인 5.18일로 잡아야 했는지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에는 대전을 방문해 카이스트 개교 40주년 행사에 참석했고 지난달에도 상주 자전거 축전에 참석하기도 해 지방행사여서 대통령의 참석이 어렵다는 청와대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5.18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 무슨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5.18 행사에 참석치 않는 것은 도저히 국민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대통령의 기념식 3년 연속 불참은 5.18 광주 정신을 인정하지 않는 자신의 반민주·반통일적 정치 신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디도스 공격도 북한이 했고, 농협전산망 해킹도 북한이 했고...'북한 소행'이면 만사형통인 거냐?

=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일어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경우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심지어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북한 소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서는 광주학살이 북한군 특수부대 소행이라는 주장을 두고 '임진왜란도 북한 소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트위터에 "왜 임진왜란도 명성황후 시해도 북한소행이라고 하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실 북한군 특수부대의 소행이 맞는다면 전두환 정권시절 이를 밝히지 않고 넘어갔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붕괴 등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지'라는 누리꾼들의 항의성 글들도 보인다.bamboo4@cbs.co.kr

미완의 5.18 보상 보완하기 위한 유공자예우법 개정 필요

민주 "대통령은 왜 5.18만 되면 바빠지느냐"

박지원 "5.18 북한군 소행설은 해괴망측한 주장"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