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B약속 '신공항' 때문에 盧약속 깨트렸나

김형섭 2011. 5.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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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어떤 선택을 하던 양쪽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정창수 국토해양부 1차관이 13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정부안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정 차관의 말대로였다.

LH 이전안이 발표되자 경남 진주나 전북 전주 모두 정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전북은 LH 분산배치가 좌절되서, 경남은 이미 확보했던 국민연금공단을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혁신도시 건설 취지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공단 재배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북도와 도의회 등은 아예 "혁신도시를 반납하겠다"며 반발했다.

누가 더 실익을 챙기는가는 나중에 따져 봐야겠지만 전북이나 경남 모두 피해자라는 점은 똑같다. 무엇을 주고 잃었는가를 떠나 정부가 한 약속을 정부가 깨버린 탓이다.

덕분에 영호남간의 해묵은 지역감정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하지만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주체는 정부인데 그 태도가 마뜩잖다.

정 차관은 외국의 사례를 들며 "지자체가 어떤 기관을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기 보다는 옮겨 오는 기관에 어떻게 잘 해줄까 노력한 덕분에 선진국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케네디의 명언을 인용하자면 "어떤 기관이 이전해 올 것인가를 묻지 말고 지자체가 이전기관에 무엇을 할지를 생각해 보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이미 주기로 한 약속을 번복한 것은 정부다. 지자체의 노력을 주문하기 전에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MB 정부가 약속을 깨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때 확정됐던 세종시 계획은 수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으며 MB의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공약은 스스로 백지화했다.

그 결과로 이번 LH 이전안은 의구심을 사고 있다. LH 및 혁신도시의 효율성을 잣대로 삼았다지만 실은 신공항 백지화에 성난 영남권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참여정부는 진주에 옛 주공을, 전주에는 옛 토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양 공사를 통합키로 하면서 합쳐진 공사가 어디로 옮길지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

2008년 10월 주·토공 통합 계획 발표 이후 지금까지 MB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지자체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MB 정부는 전북은 물론 경남으로부터도 원성을 사게 됐다. MB의 약속이었던 신공항 때문에 참여정부의 약속을 깨트렸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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