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선택, '진보정치 씨앗'을 심었다

입력 2011. 4. 28. 14:35 수정 2011. 4.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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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순천 국회의원 배출' 주목해야 하는 이유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전남 순천에서 진보정당 간판을 내건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점은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사건이다.

4․27 재보선의 유일한 호남 국회의원 선거구였던 순천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안방을 내주려한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지만, 야권연대 진정성을 보이려면 그 이상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단이자 모험이었다.

순천 유권자들이 민주당 성향 무소속을 뽑아준다면 야권연대의 힘은 크게 약화되고, 민주당 지도부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었다. 선거 국면에서도 순천 재보선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여론조사 수치만 놓고 볼 때 당선을 자신할 수 없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후보와 변호사로서 지역 뿌리가 튼튼한 구희승 후보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27일 김선동 전남 순천 국회의원 당선자가 민주노동당 관계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진보정치

언론의 시선이 온통 분당과 강원도 그리고 김해에 모아지는 동안 호남에서는 한국 정치의 지형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남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를 받아들였다.

김선동 후보는 36.2%를 득표해, 21.7%를 얻은 2위 조순용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주요 선거지역 가운데 가장 큰 격차의 승리였다. 민주노동당의 승리, 호남 유권자의 선택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호남에서 처음으로 진보정치의 씨앗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영남(울산과 창원, 사천)에서는 진보정치를 내건 국회의원들이 탄생했지만, 호남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진보정당 간판을 내걸고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들과 맞대결을 통해 얻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큰 정치적 성과를 얻었다.

이번 결과는 호남이 야권연대의 진정성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남은 민주당 텃밭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 역시 제대로 된 경쟁이 이어져야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동당은 호남에서 첫 번째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고, 이는 다가오는 2012년 총선은 물론 이후 한국 정치지형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의 숨은 승자는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알토란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이나 국민참여당 등 다른 야당에 비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정희 당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연대에 진정성 있게 몸을 던진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있었다.

야권연대에 힘을 실어주고자 때로는 정치적 양보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 선택에 대해 유권자가 화답한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 동구에서도 구청장을 배출했다. 역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고, 한나라당과 맞서 승리였다.

민주노동당은 경기도 안성 시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과 1대 1 승부를 펼쳐 승리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것 역시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결과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승리를 토대로 2012년 총선을 힘 있게 준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국민들의 정권교체를 향한 강렬한 열망, 야권연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 어렵고 힘든 돌밭을 골라가며, 야권연대의 길을 닦아 온 것은 옳은 일이었음이 명백해졌다. 다시 한번 민주노동당이 믿고 의지해야 할 존재는 오직 국민들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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