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참패' 너무도 뼈아픈 대목은?

2011. 4.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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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참여당, '김해을 재보선'패배 …"노무현의 감동을 잇지 못 했다"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경남 김해을 재보선에서 벌어진 사건은 복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한 지역구의 패배가 아니다. 너무나 큰 정치적 상징성이 담긴 곳에서 한나라당에 일격을 당했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주요 지역 중 유일한 패배이다.

정치에 우연은 없다. 민심의 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김해을은 분당이나 순천, 강원도지사 선거에 비해 유리한 것처럼 보였다. 수치로만 그렇단 얘기다.

하지만 김해을 선거는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지만, 경남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고 도지사를 두 번씩이나 지낸 인물이다.

경남이 배출한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라는 얘기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넘어서려면 야권은 그 이상의 '힘' 그리고 '명분'이 있어야 했다.

김해을 재보선을 앞두고 참여당은 절박했다. 원내 진출의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였다. 원내정당이 돼야 2012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권연대 과정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할 경우 참여당이 정론관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언론에 참여당의 정책과 철학을 상시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었다.

지난 2009년 10월9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당은 분명 절박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독'으로 다가왔다. 참여당은 신생 정당이다. 다른 정당에 비해 당세도 미약하다. 물론 유시민 대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보유했다는 점은 강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감동'이 필요하다.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정치 도전, 그 속에서 감동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유시민 대표는 개혁당 이후 오랜 만에 당의 중심에 섰다. 당 대표의 자리는 언제나 검증을 받는 자리이다.

정치력, 포용력, 진정성에 대한 검증이다. 유시민 대표는 취임 이후 한달 만에 4․27 재보선을 맞았다. '유시민 정치'를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렸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감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뼈아픈 실책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국민참여당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참여당의 행보에서 ,유시민 대표의 선택에서 노무현다운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과정은 반드시 복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민주당과 친노진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곁에서 모셨던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 출마를 기대했다. 민주당으로 출마해도 되고, 어려우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된다고 그를 설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 김경수 카드는 유력한 카드였다. 당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외국에 있었다. 김경수 전 비서관이 야권 후보로 나서면 김태호 전 지사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경수 전 비서관 출마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그는 '불출마'를 선택했다. 김경수 전 비서관이 왜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택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찬찬히 되짚어볼 대목이다.

김경수 전 비서관은 김해 선거에 나서지 않았지만 그것은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에게 호재가 아니라 악재였다. 김해을 야권단일후보 선정 과정에서 참여당은 친노 진영 인사들과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았다.

이것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일부 참여당 지지자들은 유시민 대표 뜻과 배치되는 언행을 하는 이들에게 날 선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그 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 역시 유시민 대표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야권 단일후보 과정에서 유시민 대표는 승리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벼랑 끝 전술'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결과적으로 100% 여론조사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승리였다. 시민사회 중재안을 거부한 선택은 또 다른 입방아의 대상이었다.

"유시민 정치에서 노무현 정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유시민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는 줄 알면서도 우직하게 그 길을 걸어갔지만, 유시민 대표는 이길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참여당은 이봉수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왜 이봉수여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이봉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농업특보라는 타이틀을 지닌 인물이었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 곁으로 들어갔던 인물이다.

이봉수 후보의 정치 행보는 한나라당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인기가 떨어질 땐 노무현 정부를 무참하게 욕하고 짓밟더니 이용할 필요가 있어지니 '노무현 정신' 운운하는 이봉수 후보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참여당이 이봉수 후보를 내세웠고, 그가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고는 하지만 야권 지지층에게 그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인물이었다. 유시민 대표는 총력 지원한 곳에서,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패배하면서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력한 경쟁 주자의 정치적 상처를 호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선적인 접근이다. 야권이 2012년 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려면 민주당은 물론 유시민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힘도 커지는 게 유리하다. 이번 재보선 주인공이 된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는 장단점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정치인이다. 손학규 대표가 지니지 못한 장점을 유시민 대표가 지닌 것도 적지 않다.

여전히 '정치인 유시민'은 한국 정치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지지층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능력은 유시민 대표의 큰 장점이다. 다만, 정치력과 포용력은 여전히 남겨진 그의 숙제이다.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유시민 대표는 '시련의 터널'에 진입했다. 터널의 끝을 지날 때 무엇이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치인 누구나 시련을 겪는 법이다. '유시민 정치'가 쉽게 무너지는 것은 본인은 물론 야권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유시민 대표 없이 야권이 2012년 대선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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