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당신만은 순천 안 올 거라 믿었는데.."

2011. 4.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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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의 모든 분들이 순천에 오더라도 박지원 당신만은 안 올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나도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한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잔뜩 쉰 목소리로 최윤석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 고문, 정병휘 순천시의회 의장 등을 만난 얘기를 전했다. 23일 오후 중앙동 의료원 앞 교차로, 순천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유세장이었다.

'무공천' 이후 사실상 순천 보궐선거를 방치하고 있단 비판을 받던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유세장에서 "37년간 순천에서 당을 지켜온 이들에게 (이번에) 소탐대실하면 내년도에 또 한나라당이 집권한다, 그러면 역사와 국민, 김대중 대통령 앞에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켜서 반드시 내년도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교차로에서 박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던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민주당"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교차로를 지나던 운전자 중 일부는 창문을 내리고 유세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 후보와 함께 유세차량에 오른 박 원내대표, 이정희 민노당 대표,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이학영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대표가 손을 맞잡고 "야권연대 만세"를 외쳤다.

"지금은 섭섭하더라도 야권단일후보 당선되는 것이 김대중 정신"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박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강기갑 전 민노당 대표에게 '큰집 민주당이 3석, 4석을 갖더라도 야권단일후보를 통해 7석을 이기면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며 "4월 27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야권단일후보에게 꼭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존경하는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이 지금은 섭섭하더라도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되면 내년도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기호 5번을 찍는 게 김대중·노무현 정신이고 민주당이 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박 원내대표의 지지 유세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 자리에 와 주신 박 원내대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야당이 뭉치면 한나라당을 물리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속상해하던 분들이 지금 우리를 보실 때 보기 좋지 않으시겠나"라고 화답했다.

또 "지금 야권은 내년도 총·대선에서 이기는 연습 중"이라며 "순천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해와 강원도, 분당 등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의 지인들에게 전화 1통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도 그는 박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원내대표께서 오셨으니 (순천 상황이) 정리가 좀 될 것 같다, (야권이) 마무리만 잘 하면 시민들이 도와주실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도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 원내대표보다는 못하겠지만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자신이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단 한번도 서민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며 "서민이 주인되고 서민이 대접받는 서민들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정말 존경스럽고 정말 큰 일을 해내셨다"며 "이제 분당의 손학규, 강원도의 최문순, 김해의 이봉수, 순천의 김선동이 모두 당선돼 내년 4월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줄곧 뽑았지만 이번엔…" VS "여기 사람들은 여기 정서대로 가는거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야권 공동집중유세로 열린 이날 유세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동 야권단일후보,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이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23일 순천에서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집중유세가 열리자 선거운동원들이 김선동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기호5번'을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천정배 최고위원·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원내대표까지 야권단일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중앙동 교차로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아주머니는 "김 후보가 젊고 깨끗한 이미지인데다 야권통합후보라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면서도 "선거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나민우 엄마'라고 밝힌 여성도 "부군은 (김 후보를 가리키며) 저쪽을 찍으라는데 나는 팸플릿이나 TV토론을 다 보고 찍을 생각"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기 위해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하자, 김선동 후보가 박 대표를 끌어안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 남소연

박 원내대표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유세장에 일부러 걸음했다는 박현숙(45)씨는 야권단일후보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만 온 게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도 순천에 오셨다"며 "한 전 총리를 만난 사람들이 이번엔 민노당을 찍어주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연인과 함께 중앙동을 찾은 대학생 김아무개(22)씨도 "말들이 많았지만 야권연대 후보를 뽑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줄곧 뽑았지만 순천도 이제 지역주의가 안 통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년층에선 야권단일후보보단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았다. 김아무개(70)씨는 "여기 사람들은 여기 정서대로 가는거제, 정치·정략적인 걸 잘 따르지 않어"라며 "(김 후보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천시민의 입장에서 서갑원도 억울하게 의원직을 잃었는데 왜 순천만 희생시키느냐는 정서가 있다"며 "대의로 봐선 (야권연대가) 좋은데 사람들이 얼른 납득하지 못한다, 일단 투표율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장한 무소속 후보들, 방송으로 연설방해하고 1시간 기다려 사진 찍고

▲ 야권단일후보 유세장에 나타난 조순용, 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마치고 내려오자,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기다렸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붙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맨왼쪽)가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조수석, 미안하지만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 남소연

한편, 무소속 후보들은 박 원내대표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당 중앙당에서 김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김 후보 지지세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구희승 후보 측 유세차량은 박 원내대표가 연설하기 전부터 선거송을 크게 높이는 등 김 후보 측의 유세를 방해해 주변의 빈축을 샀다. 구 후보 측 유세차량은 "지금 저 앞에서 연설을 방해하는 후보에게도 박수 한 번 보내주시기 바란다"는 박 원내대표의 점잖은 대응이 있고 난 뒤에야 유세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박 원내대표와 깊은 친분을 자랑했던 조순용 무소속 후보는 이날 김 후보의 유세장에서 1시간 가까이 박 원내대표를 기다렸다. 그는 유세차량에 내려온 박 원내대표를 껴안고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함께 모셨다, 반드시 당선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마음은 사실상 자기에게 있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 후보에게 "조 수석, 미안하지만 너도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답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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