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29%, 부모·자녀 재산 '비공개'

2011. 3.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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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회의원 38%·사법부 43%가 '고지 거부' 남발

"증여 등 파악 힘들어 재산공개 취지 훼손" 비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의 3명 가운데 1명이 이번 재산변동 신고에서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고지 거부'가 공직자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국회·사법부·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을 보면, 전체 신고 대상 고위공직자 2265명 가운데 28.7%인 650명이 부모와 자녀 등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입법부에선 18대 국회의원 292명 가운데 112명(38.4%)이 부모와 자녀 일부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고지 거부자 가운데는 정당 대표 등이 대거 포함돼 있어, 솔선수범해야 이들이 재산공개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남 이시형씨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장남과 손녀 2명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각각 어머니와 부모의 재산을 이번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세 아들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도 대상자 54명 중 최중경 전 경제수석(현 지식경제부 장관·부모), 김백준 총무기획관(두 아들), 김희정 대변인(부모) 등 19명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장남)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장·차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장남·손자 2명),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장·차녀) 등이 일부 고지를 거부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 광역의원, 교육감 등은 공개 대상자 1831명 가운데 26.0%인 476명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고지 거부 비율은 2009년(31%), 2010년(34%)과 견줘 낮아졌는데, 이는 지난해 당선된 초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비교적 성실하게 재산을 신고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142명 가운데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전부 혹은 일부 고지하기를 거부한 사람은 62명(43.7%)에 달했다. 지난해(40.3%)보다 늘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재판관 10명(퇴임한 이공현 재판관, 신임 이정미·박한철 재판관 포함)과 사무처장·사무차장 가운데 이강국 헌재소장을 포함해 8명(66.7%)이 직계 존·비속의 고지를 거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공직자의 부모나 자녀 가운데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 사항의 등록·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나 자녀가 임금이나 연금 등으로 월 79만8000원(1인)~215만9000원(4인) 이상의 정기 소득만 있으면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어, 고지 거부가 재산공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결혼한 딸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관련 법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성호 상명대 교수(행정학)는 "고지 거부를 남발하면, 공직자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공직 비리를 막겠다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고위 공직자의 부모, 자녀의 재산 공개 취지는 증여나 재산 형성 관련성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법이 불구가 된 상황으로, 무조건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김경욱 김남일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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