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채 갚는 게 나의 의무"

2011. 3. 25. 18: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 [VS] 유시민 국민참여당 새 대표, 양극화·복지 문제·정당 개혁 강조…

"채권자 진보 정당과 채무자 참여당이 같이 해보자"

정치인 유시민은 논쟁적이다. 그의 존재와 정치적 위상이 논쟁의 소재인 동시에 그의 말과 행위가 종종 큰 논쟁으로 번진다. 강한 지지세력과 그만큼 강한 비토세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김진표 민주당 후보,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를 제치고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거둔 48.8%의 득표율에 대해서도 어느 한쪽은 가능성만을, 어느 한쪽은 한계만을 주목한다.

유시민 없는 국민참여당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고 비껴서 있었다. 지난해 1월 창당한 참여당에서 현재 직책은 참여정책연구원 원장. 3월19일 경기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당원대회에서 그는 참여당의 대표가 됐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만난 그는 "참여정부가 남긴 부채를 갚는 것이 참여당과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좀 늦은 감이 있다. 이제야 대표를 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이번에 선출되는 대표와 지도부가 내년 총선 때까지 당을 끌어나가는 지도부인 만큼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나서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바람이었다.

-지난해 창당할 때는 그런 요구가 없었나.

=사실 참여당 창당이 어렵다고 봤고 성공할 가능성에도 비관적이었다. 창당하는 것이 맞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아 뒤늦게 합류했다. 그런데 강한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왕 창당될 거라면 힘을 보태 조금이라도 낫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참여당의 1년을 평가한다면.

=이제 벽 짚고 일어서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아직도 창당 중이다.

-대표로 나선 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인가.

=참여당이 정권 획득에 도전할 만한 정도의 기반이나 주체 역량이 안 되는 당임을 당원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정당인 만큼 총선과 대선에 역량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후보를 내고 선거 과정에서 당을 알리고 정책을 다듬어야 하는 당위가 있다.

-정당의 존재 이유로서의 당위가 아니라 대표가 된 뒤의 계획을 묻는 것이다.

=개인적 목표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의회권력 교체와 정권 교체가 참여당의 과제이고, 필요하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마땅히 하는 거다. 대선 출마 여부를 얘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 않나.

-내년 총선의 목표가 교섭단체 구성이라고 했다. 목표를 실현할 전략이 있는가.

=엄청나게 야심찬 목표이고 우리의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우리 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거둔 정당득표율이 6.7%였다. 국회 의석으로 보면 스무 석가량이다. 국민의 지지가 의석수로 연결되는 구조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1년 더 노력해 지지율을 2배로 끌어올리고 야권 연대·연합의 흐름 속에서 총선을 치르면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최근 < 한겨레 > 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은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그림의 떡이다. 왜냐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도로 국민 지지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얻고 있지 않나. 현행 선거제도의 수혜 집단이 전체 의석의 9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수로 선거제도를 바꾸겠나. 또 '우리' 진보 진영이 내놓을 게 뭐가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비슷한 제안을 했을 때도 두 당은 단호히 거부했다. 두 거대 정당이 자기 손으로 권력 기반을 허물 일은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표의 구상은 매우 합리적이고 100% 동의하나, 정치는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 자세다.

-노 전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 경선이 가능한 '페이퍼 정당' '가설 정당'을 제안했다. 참여당은 야권 연대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나.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자기 입장에 유리하면서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연대) 방안을 내놓고 모색하는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연대해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론적으로 답은 벌써 나와 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얘기다. 만약 각자 결과와 무관하게 자기가 옳다는 바에 따라 행동하면 그 누구의 신념도, 의지도 실현할 수 없는 최악의 결과가 예견되지 않나. 내가 속한 당이 더 가져야 한다는 욕망을 이성의 힘으로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정치 역량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방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실질적인 대화는 없으면서 바깥(언론)을 향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의 연대·연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논의 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야권의 리더들이 모여 난마처럼 얽힌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찾아나가고 그 목표를 위해 각자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아질 것이다. 그런데 전혀 진전이 없다. 민주당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도해야 한다. 제1야당이 주도하지 않는 어떤 정치 연합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야권 각 정당의 리더들 사이에 신뢰성 있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야권 연대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마음을 모으는 것이 먼저다.

-대표가 되면 야권 연대를 위한 논의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생각이 있나.

=이재정 대표가 6개월 전부터 (민주당에) 여러 차례 제안했다. 답이 없다. 나도 야당의 연합집회에서, 그리고 비공식적으로도 화답을 촉구했는데 마찬가지다. 다시 제안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응답이 있을지, 어떤 답이 올지 솔직히 갑갑하다.

-참여당이 만들어지면서 야권 연대의 구도가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참여당에 통합하자고 하고, 참여당은 진보 정당을 향해 있다. 야권의 연대와 연합을 위해서는 참여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당은 친노 정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참여정부의 정책노선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거다. 전직 대통령을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만든 당이 아니다. 우리는 참여정부의 부채를 계승하려 한다.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부채라면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얘기하는 것인가.

=참여정부의 자산이 많다.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권력의 탈권위화, 권력기관의 민주화, 과거사 정리…. 경제와 남북관계도 잘했다. 반면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사람들을 방치한 측면이 있다. 주로 노동관계,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다. 복지를 확대하려 했으나 부족했다. 또 지역구도 정치를 극복하고 정책 중심의 경쟁이 이뤄지는 정치 혁신을 하지 못했다. 자산은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과 국민에 귀속된다. 어떤 정치세력이 이를 독점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해도 이의 제기를 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인수하고 승계하고 상속받고 싶은 것은 참여정부의 부채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자, 노 전 대통령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채만 인수하겠다?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 불충분한 복지, 정치 혁신과 정당 개혁 문제는 역사적으로 참여정부의 부채다. 참여정부에 가담했던 정치세력 가운데 누구도 이 부채가 자신의 것이라고 선언하고 계승하지 않는다. 참여당은 이 부채를 갚겠다는 것이다. 진보 정당과 접점이 생기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 부채가 진보 정당들이 하려는 바와 일치한다고 보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완전히 승계하려 하는데, 채무이행을 할 의지는 있으나 우리 힘만으로 어렵다. 세 가지의 부채는 줄곧 야당이었던 진보 정당들이 비판해온 대목이다. 우리가 채무 변제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힘이 부족하니 채권자라고 생각하는 그들과 채무자를 자임하는 우리가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진보 정당의 통합을 바라보는 나의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진보 정당 통합을 위한 논의 테이블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처지 아닌가.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돼왔다. 그런데 초대장을 보내니 마느니 얘기가 나오면서 기존의 진보 정당 통합 논의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참여당에서는 공론화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참여당이 진보 정당인가 하는 논란이 있지만 진보가 무슨 벼슬은 아니잖나. 진보는 지향이고 선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다. 어디까지 진보이고 어디서부터는 아니다라는 건 없다고 본다. 참여당은 자유주의적 바탕 위에서 진보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그래서 진보 정당 통합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진보와 자유주의를 완전히 다른 범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사고방식이다. 어떤 것이 진보인가. 진보의 개념도 다양하다. 정의도 다양하다. 자기가 가진 진보의 개념을 절대적 진리로 보면 안 된다. 인간사는 점진적 스펙트럼이 있는 건데,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논점을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보의 가치에도 어긋난다. 너희는 진보가 아니다, 진보를 참칭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 태도가 아니다. 베른슈타인은 "사상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 묘판의 식물도 기꺼이 껴안을 만큼 가슴이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만 되면 잘되리라고 본다.

-진보 정당 통합에 참여하는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 아닌가. 아직도 가능성이 열려 있나.

=아직 열려 있다고 본다. 여러 갈래의 대화가 진행돼왔고 현재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정치는 뭔가를 창조하는 일이다. 이론이나 가설에 의해 미리 선을 그어놓고 된다 안 된다,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죽은 정치다. 하나의 정치세력에 귀속돼 실현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얼마나 있는가, 약간 차이가 있음에도 따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의 통일이 가능한가 등을 짚어봐야 한다. 아직 개인적 견해지만, 하나의 정당에 귀속돼 함께 무엇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도저도 안 되면 참여당은 어떻게 하나.

=참여정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야권 연합과 함께 진보 진영의 강력한 연대와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통합은 서로 원해야 되는 것이다. 진보 정당과 통합이 되지 않는다면, 그 상태에서 연대와 연합을 추구하는 옵션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세 가지 채무 가운데 민주당의 협력이 필요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게 있는 반면, 정치 혁신처럼 민주당과 할 수 없는 과제도 있다. 그분들은 왜 참여당이 만들어졌는지 아직도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이제는 '넌 왜 태어났니?'를 그만 물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국가론에 관한 책을 내는 것으로 안다.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가 가진 여러 측면, 사람들이 가진 여러 의견이 어떤 근거와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역사적으로 변해왔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현직 정치인이 쓰기는 했지만 교양서에 가깝다. 모든 시민은 훌륭한 삶을 원한다. 시민의 삶이 훌륭하려면 국가가 훌륭해야 한다. 훌륭한 국가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은 안보국가, 자본주의 발전국가, 민주국가를 거쳐 이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단계다. 물론 현재는 일시적으로 발전국가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진보정치 세력이 그 앞의 국가를 배척하는 태도를 바꿔 국가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러 측면을 감싸안을 때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튼튼한 집권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소박한 나의 결론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21][한겨레신문]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한겨레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