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처한 교민 놔두고 리비아 대사 귀국 논란

2011. 2.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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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김현 기자]리비아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유혈사태를 겪으며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주 리비아 대사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강연이 포함된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대사가 귀국한 것은 지난 20일. 21일 시작된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키 위해서였다. 당시 리비아는 유혈사태가 내전으로 치닫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리비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던 터다.

조 대사는 이 대통령의 특강을 들은 22일 밤에서야 비행기를 타고 리비아로 다시 향했다. 리비아 비상대책본부장으로 현지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조 대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교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필요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리비아로 곧장 들어가지 못한 채 튀니지에 머물렀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는 공항이 열려있지만, 운항을 중단한 항공사가 많아 비행기표를 구하는데 어렵고, 육로는 국경지역이 위험해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게 외교부측의 설명이었다.

결국 조 대사는 25일 오전에서야 리비아로 복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의 비판은 빗발쳤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24일 "교민의 안전을 진두지휘해야 할 주 리비아 대사가 자리를 비웠다"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우리 교민들의 안전은 내팽개치고 대사가 홀로 대통령의 특별강연에 박수 치기 위해 교민들을 사지에 두고 혼자 귀국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도 같은 날 우위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 강연이 교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재외대사는 평상시에 어깨 힘주라고 임명한 자리가 아니라 재외대사의 무한한 책임감과 진가는 해당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빛을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리비아 유혈사태에 따른 교민들의 철수와 관련한 정부의 뒷북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집트항공의 전세기는 당초 24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에 트리폴리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뒤인 25일 오전 4시30분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이미 공항 인근에 집결했던 200여명의 교민은 20여시간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전세기가 제때 도착하지 못한 것은 각국의 전세기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제때 받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 비용부담을 놓고 업체와 정부 부처 간 실랑이를 벌인 것도 전세기 투입이 늦어진 한 원인으로 전해졌다. 당초 건설업체와 국토해양부는 국가위기 사태인만큼 건설사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외교통상부는 수익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문제는 결국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돈을 벌고 있는 건설사들이 내는 게 맞다"고 말해 건설업체가 전액 부담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전세기 비용은 1억 4000만원, 대한항공 전세기는 4억원 수준이다.

국방부가 24일 오후에서야 아덴만에서 임무중인 청해부대 최영함(4500t급 구축함)을 급파한 것도 비판론이 제기된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파견한 뒤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영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리비아 북부 해안에 닿는 데 1주일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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