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죽이기'? 친노분열 막으려고 출마 접어

2011. 2. 17. 14: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

[기사보강: 17일 오후 5시 18분]

"팽팽한 긴장 속에 김경수가 손을 놔버린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하고, 이해찬 총리도 지지한 거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16일 오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당과 청와대 시절을 함께 해온 김 국장의 오랜 지인이 한 말이다.

김 국장은 '문재인과'로 불린다. 학생운동출신으로 임채정, 신계륜 전 의원과 유선호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는 등 정치권 경력이 오래됐지만, 출마보다는 드러나지 않게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타입이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끌었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실무일을 하면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 전 총리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시절에도 부속실에서 대통령 수행과 연설기획 업무를 맡아 이른바 '문고리 권력'에 서 있었지만, 청와대 밖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때는 가족을 이끌고 '순장조'로 봉하마을에 내려갔다.

"노 대통령 시절 민주화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감 외면 못해"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왼쪽)과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

ⓒ 권우성·윤성효

김 국장은 출마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그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노 대통령의) 억울한 서거의 심판을 고향 김해의 시민들에게 여쭙고 싶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역사의 역류를 지켜보면서, 최소한 노 대통령님이 이뤘던 시절의 민주화는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출마를 고민했던 이유를 밝혔다. 결혼 때 "정치는 하지만 출마는 않겠다"고 약속했던 부인과 처가도 그의 출마를 수용했다고 한다.

친노진영도 대체적으로 그의 출마를 지지했다. 민주당적으로 나가야 하느냐, 무소속으로 나가야 하느냐는데 의견이 달렸다. 내년 총선에서의 부산경남판도까지 감안해 김해을 선거는 민주당 이름으로 치러야 한다는 게 민주당 부산경남(PK) 쪽 인사들의 주장이었고, 민주당 밖 인사들은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를 감안해 무소속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김해을 선거에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후보로 내세운 국민참여당과의 조정은 어려웠다.

이 전 총리, 한 전 총리같은 '친노원로'들이 조정에 나섰지만, 참여당에서는 "몇몇 분의 결정을 따르라는 것은 연고주의적 배타성 강요"라는 반발이 나왔다. 청와대, 정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연고나 친노진영 차원이 아니라 당과 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지는 야권연대차원에서 맺은 합의서('7·28 선거에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에 대해서는 향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낼 수 있도록 우선 배려한다'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참여당의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친노 쪽에서는, 참여당이 이봉수 후보를 내세우는 데만 급급했지 전혀 사전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합의서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문제지만, 왜 친노 내부의 사전논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친노원로 개입은 연고주의적 배타성" 반발

노무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 게시판에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관련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 사람사는 세상

참여당은 김경수 국장을 내세우는 민주당이 '참여당 죽이기', '유시민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참여당이 원내진출에 성공해 세를 키울 경우 내년 총선 때 참여정부 출신 장관 등 중간지대 인사들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과 봉하마을 게시판도 양쪽의 공방으로 뜨거워졌다. "김경수비서관님 그냥 지금처럼 봉하사무국장님으로 계시면 안되나요?", "유시민 원장님, 그전처럼 재단 출판위원장으로만 남으시면 안됩니까?"라는 글이 부딪쳤고, "왜 사람사는세상 게시판이 싸움터가 되었습니까??", "사람사는 세상도 분열을 하는군요", "이쯤되면 교통정리가 필요할듯...."이라는 우려의 글들이 이어졌다.

김 국장은 이같은 갈등과 분열의 한가운데에 끼이게 됐다. 김해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선 백원우 의원도 힘들어했다. 갈등의 골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에까지 미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김 국장이 "우리 모두는 대통령님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똘똘 뭉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습니다"라며 팽팽하던 줄을 놓아버렸다.

"'친노끼리' 알아서 하라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참여당도 너무 심했다"

제3지대의 한 친노핵심인사는 이번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 공백이 생기고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김해을 선거를 계기를 묵혀있던 감정들이 여과없이 드러났다"면서 "김 국장의 불출마선언은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기득권을 포기 하지 않으면서 영남에서는 '친노끼리' 알아서 하라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참여당도 이번에 너무 심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이 올라가자 130여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혼란을 마무리하고 노무현과 사람들 모두 단결하여 승리를 이뤄내자'는 글들이 많지만,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민주당 안팎의 친노인사들은 "선거 뛰고 싶은 마음이 나겠냐", "어찌 됐든 김해을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지금 모두를 모아낼 분은 문재인 실장 정도밖에 안 남은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클릭 한 번으로 당신도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1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