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 짚는 여론조사 .. 정치권·언론 '오류의 게임'

김광호·임지선 기자 2011. 1. 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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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전화 표집·낮은 응답률 등 '구조적 한계'조사 시점·문항·비판층 회피 '왜곡' 변수도

새해를 맞아 정치 여론조사들이 홍수다. 이를 바탕으로 '국정 지지율 50%'의 착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일 조짐도 감지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들은 무의미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결과처럼 체감 민심과의 괴리 때문이다. 정치 여론조사는 과연 정확한가. 여론조사 결과들의 실체는 과연 어떤 것이며, 괴리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치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근본적 회의감이 존재한다. 여론조사의 예측과 선거결과가 정반대로 뒤바뀐 지난해 6·2 지방선거의 경험이 원인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여론조사는 과학적으로 오류를 전제로 한 것"(숙명여대 양승찬 교수)이란 학계의 경고처럼, 현행 전화조사 표집의 한계와 낮은 응답률, 표본 왜곡 등 구조적 한계가 크다. 최근 휴대전화 여론조사 합법화 움직임도 그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나 언론은 다시 "여론조사로 민심을 다 보여줬다"는 식으로 '오류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구조적 한계 =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의원 워크숍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몽환적으로 취해 있었다. 그 여론조사는 우리 한나라당 지지층만 자신 있게 응답하는 조사였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행 여론조사는 단순히 과학적 추정을 위한 과정에도 오류와 허점들이 뚜렷하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는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첫째 어떤 표집을 썼는가가 중요하다. 보통 KT 전화번호부 CD를 사용하는데 전체 가구의 50%밖에 등재돼 있지 않다. 여기에 랜덤으로 전화하는 게 제대로 된 조사에서 쓰는 방법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 인구의 절반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등 여론조사를 위한 모집단이 제1 요건인 구성의 객관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허명회 교수(통계학)는 2007년 한국통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정치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화번호부 등재율을 57.2%로 설명했다.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되고, 1인 가정들이 급팽창한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전화번호 등재율은 더욱 낮아졌을 공산이 크다.

◇표본의 왜곡 = 두 번째로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작위 확률표집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경우 표본수 1000명 정도 조사에 최소 3~4일이 걸리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내 전화 여론조사는 대부분 하루 만에 이뤄진다. 그 결과 집전화를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계층의 과다 표본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의 경우 주부, 남성의 경우 무직자 등이다. 실제 허 교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여론조사 응답자 중 가정주부의 비율은 32.1%에 달했다.

세 번째로 응답률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전체 무응답 비율이 80~85%에 이르러 대표성에 왜곡이 불가피하다. 응답률이 낮기에 무작위 선정 원칙이 흔들리고, 이는 노령층·여성·저교육층 등의 과다 대표로 나타나는 악순환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법적으로 여론조사 응답률을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조사·보도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들 주부·무직자·노령층 등이 앞서 유기준 의원의 토로대로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그룹이란 점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학)는 "현재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층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 같다. 우리 여론조사 응답률이 10%대 초반인데, 미국은 응답률 30% 미만 조사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러코스터(pollercoaster)'의 문제 = 여론조사의 시간대·요일·질문의 배치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특성도 변수다. 이런 특성을 정치권이 정치·선거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왜곡률이 심화된다는 지적인 것이다.

강흥수 전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저서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에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여론조사) 전반부에 일찍 물으면 대체로 더 높게 나타난다. 대통령을 강하게 긍정하는 응답을 조금이라도 더 얻고 싶다면 선택지에 '매우 좋아한다, 좋아하는 편이다' 순서로 제시하면 된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이 같은 공식은 미국 레이건 행정부 당시 국정지지도를 통해 확인된 사례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이후 미네르바 사건 등 '표현의 자유'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에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층은 아예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도 부실 여론조사에 한몫하고 있다. 항상 야당 성향의 10% 안팎의 '숨은 표' 논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광호·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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