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23명 청와대 거수기 거부.. 국회의결 비상

2010. 12. 16. 17: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과반의석 붕괴 의미…"물리력 의한 의사진행 동참않겠다"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한나라당 국회의원 23명이 '청와대 거수기'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12월 8일 새해 예산안을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에는 성공했지만, '형님예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사진 가운데) ⓒ연합뉴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번 선언은 국회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현실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23명은 "우리는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23명은 "우리는 독립성을 갖는 헌법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 의결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법안처리에 있어서도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 동의한 의원들은 황우여 남경필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배영식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의원 등 23명이다.

이들 의원들은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중립성향 의원들이 섞여 있다.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여당의 수적 우위를 통한 강행처리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국회 의사진행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배수진을 쳤다. 12월 16일 현재 한나라당 의석은 171석이다. 23명이 물리력을 동원한 국회 강행처리에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은 국회 의결의 조건인 한나라당 과반의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들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23명이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행동에 나선다면 산술적으로는 국회 과반의석인 150석에 미치지 못하는 148석에 불과하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의사진행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처리가 안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나라당과 합당을 결의한 '미래희망연대'와 한나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고려할 때 국회 과반의석을 넘길 가능성은 있지만, '국회 의결 정족수' 미달이라는 상황을 언제든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새해 초 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FTA' 처리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들어 의회주의를 파탄시키는데 행동대장으로 앞장섰던 분들이 이제 와서 마치 제3자인 양 국회 바로 세우기를 말하는 것은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반성문이 진심이라면 실세예산 챙기느라 서민 민생예산 희생시킨 날치기 예산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의회 입법절차 무시한 날치기 법안 다시 폐지시키는데 앞장서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