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접대 위해 모델 데리고 경찰차 호위 받으며 갔다"

2010. 10. 13. 16: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피디수첩, '검사와 스폰서 3-묻어버린 진실편' 방영

진상규명위·특검, '스폰서 검사' 수사 사실 왜곡·은폐 의혹

검사의 비위는 누가 수사해야 하나? 'MBC' 피디수첩이 던진 의문이다. 피디수첩 취재 결과 '스폰서 검사' 사건을 수사한 진상규명위원회나 특검의 수사 능력은 무능을 넘어 한심한 수준이었다. 무능이라기보다 고의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피디수첩은 12일 '검사와 스폰서3-묻어버린 진실'편에서 '검사 성 접대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와 '민경식 특별검사팀'의 활동을 심도있게 다루며 성 접대 관련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피디수첩은 이날 "진상규명위원회의 '검사 성매매의혹 수사'는 진상 은폐로 봐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실 왜곡과 은폐 의혹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제보자 정씨가 진주에서 검사들을 접대한 장소였던 업소들이 없어져 업주와 종업원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으나, 피디수첩은 "가장 대표적인 'ㅇㅇ횟집'은 인터넷 검색으로 업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35년째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제보자 정씨가 같은 회식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지목한 부장검사 3명은 근무기간이 서로 달라 동일 회식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피디수첩은 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지청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민경식 특별검사팀은 주요한 성 접대 의혹들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아예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한 사실에 대해 발표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피디수첩은 "특검이 성매매 의혹이 있는 이아무개 검사의 혐의 수사 중, 이 검사의 새로운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피해 여성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과 발표에서는 이아무개 검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조아무개, 정아무개 검사장 2명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정씨 진술이 신빙성 없다'며 내사종결 했다.

검사들에 대한 조사는 이처럼 부실했지만 제보자와 증인들에 대해서는 무차별 계좌추적이 이뤄졌다. 제보자 정씨는 피디수첩에서 "검찰 규명위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계좌는 물론 친척 지인들까지 계좌추적을 하는 등 압박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정 사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배 역시 검찰의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압박에 규명위 조사에서 "모 부장검사가 아닌 내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는 PD수첩에 "그렇게라도 하면 조용히 무마될 것 같아서"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피디수첩은 "스폰서 검사 의혹을 제기한 경남지역 건설업체 대표 정아무개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모델들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1980~90년대 초 모델 에이전시(중개회사)를 운영하며 100여 명의 모델을 관리하던 김아무개씨가 제보한 새로운 성 접대 의혹을 공개했다. 김씨는 "정씨의 검사 접대를 위해 모델들을 데리고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수없이 갔다"면서 "검사들은 일반 업소의 종업원보다 미녀 모델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의 성 접대를 받은 박기준 전 검사장 등이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피디수첩은 정씨가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한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정씨의 전 여비서는 피디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정씨가 많은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해 왔다"고 증언했다. 이 여성은 "당시 각 검사님들에게 30만 원씩 꼬박꼬박 봉투에 넣어서 드렸다"고 전했다. 피디수첩은 현직 검사가 술집 마담을 성추행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피해자인 술집 마담은 "그럴 만한 장소가 아닌데도 검사가 가슴을 만지고, 무릎 위에 앉혀 마주보고 러브샷을 했다"고 증언했다.

규명위는 제보자 정씨가 주장하는 향응접대 수백 회 중 10여 회만 인정했고, 100건도 넘을 것이라는 성매매도 단 한 건만 인정했다. 그리고 특검은 그 단 한 건의 성매매도 무혐의로 처리했다. 특검 스스로 사태의 진원지라고 부른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도 무혐의 처리됐다.

피디수첩은 "스폰서 검사 특검은 결과적으로 특별검사제가 가진 문제점을 국민에게 환기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9번 열린 특별검사제는 주로 검사들의 비위가 다뤄져 왔지만 변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피디수첩은 그 원인을 특별검사제를 구성하는 인적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검찰 성 접대 의혹을 수사한 민경식 특별검사팀은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는 변호사 출신이지만,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실무진들은 현직 검사이거나 검찰수사관들로 이뤄졌다. 피디수첩은 "이런 인적 구성에 따라 사실상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비판했다.

삼성 특검 등 과거 여러 특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 발표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상설 특별검사제도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제도를 도입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공식 SNS 계정: 트위터 www.twitter.com/hanitweet/ 미투데이 http://me2day.net/hankyoreh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