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정두언 "억울하다, 권력투쟁 아니다"

2010. 7. 1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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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 울먹이는 정두언 "권력투쟁으로 몰지 말라"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로 나선 정두언 의원이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 논란에 대해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몰지 말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사태에서 나를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몰고 가는 것은 여러분(기자)이 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 정두언 의원은 20여 명의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울먹이며 말했다. 정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여권 일각과 일부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권력투쟁설'에 대해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권력투쟁설'이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 터진 데 이어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중심으로 한 '영포라인'의 인사개입설 등이 불거진 배경에 정두언 의원이 있다는 내용이다. '영포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정 의원과 관계가 있는 총리실 고위 인사가 자료를 빼돌려 야당에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이번 사건이 여권 내부의 암투에 의해 확대됐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이번 사태를 권력투쟁으로 모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어느 정부에서나 있어왔고 5년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역사"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서 일단 덮고, 또 덮고 덮다가 나중에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투쟁으로 기사화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언론도 이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권력을 누리려고만 하는 부류가 있고 그 권력으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부류가 있다"며 "가만히 내버려두면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밀려나게 돼 있다, 세상을 바로잡는 데에만 관심이 많고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나라당에서 외롭게 투쟁해왔다, 그것을 좀 이해해달라"면서 눈물을 닦았다.

정 의원이 울먹이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으나 기자들은 정 의원에게 쉽사리 질문하지 못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정 의원은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하면서 "여러분, 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고 외로웠는지 아느냐"고 말했다.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목해 '권력사유화는 안 된다'고 발언, 1년여 동안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조용히 살았던' 시절이 생각난 듯했다.

정 의원은 "권력투쟁이라고 몰리는 것 자체가 억울하고 힘들다"며 "나는 후배들에게 '항상 명분 있는 일에 가담해라, 그래야 정치를 오래 하지 실익을 좇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얘길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력투쟁 경고' 없었다"... 김유환 실장, 이성헌 의원 고소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로 나선 정두언 의원이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경북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투쟁설'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 의원과 박 차장에게 경고를 보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 의원은 "(대통령이) 그런 얘길 하신 적이 없다, 지난 토요일(10일) 아침에 '(야당과 언론이)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것 같으니까 정 의원이 (상황을) 정리해주는 게 좋겠다'는 얘기만 하셨다.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나는 경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누군가가 왜곡해서 그렇게 (경고했다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성헌 후보가 권력투쟁설을 제기하면서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이 영포라인 관련 총리실 자료를 빼내 신건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 의원은 "총리실 실장이 어쩌고 하는 것은 (이 의원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이고, 큰 실수이고 오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폭로를 강력히 부인했던 김유환 실장은 이날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김 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성헌 의원이 주장한 문건의 작성이나 민주당에 제공한 일에 만에 하나 제가 단 1%라도 관련된 증거를 제시한다면 공직 사퇴는 물론 어떠한 처벌도 자진해 받겠다"며 "이 의원이 조속히 증거자료를 제시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성헌 "믿을 만한 제보, 경고로 끝내선 안 돼"

정 의원이 눈물로 호소하고 김 실장이 고소까지 했지만 전날 권력투쟁설을 제기했던 이성헌 의원은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실은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실체가 없는데 야당에서 그런 자료를 갖고 이런저런 얘길 할 수 있겠느냐, 문건을 생산한 사람이 있고 준 사람이 있고 이용한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청와대 내부나 한나라당에서 총리실 박영준 차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제보가 오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폭로 내용은) 며칠 전에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국정 농단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이명박 정부의 안정과 성공을 위한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에 대해 단순히 당사자에게 경고만 하고 끝낼 수 있는 사안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서 단호하게 하시는 것이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름대로 충분하게 확인도 하고 이건 사실이라고 판단돼 얘기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정확히 조사하면 사실 관계가 나오기 때문에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한 경력을 언급한 이 의원은 "권력 사유화로 내부 권력이 투쟁하면 권력의 밑동 뿌리가 썩어버리고 국민의 외면을 받는 정부가 된다"며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제기히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아무리 뒤져봐도 받은 것 없다"... 친박의 김유환 죽이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 신건 영포게이트진상조사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영포특위 연석회의에 참석,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의원의 폭로를 부인한 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실장으로부터 '영포라인'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지목된 신건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영포특위 연석회의에서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되겠다는 분들이 이러한 사건의 엄중함과 본질을 제쳐두고 전당대회라는 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말과 모략을 일삼고 있다"며 "한나라당, 정말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신건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김 실장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게 있는지 직원들의 이메일과 팩스 수신 내용까지 다 확인해봤지만 없었다"며 "이성헌 의원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당직자도 이 의원의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왜 신건 의원실에서 자료를 받았다고 지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포라인 관련 제보는 이런저런 곳에서 많이 오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출범에 기여했다가 영포라인이나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에게 밀려 설움을 느낀 사람들의 제보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김유환 실장이라면 '친박의 원수' 아니냐"며 "이번에 김 실장을 털어내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추론했다.

이 당직자의 이러한 짐작의 근거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쌓인 친이-친박 간의 앙금이다. 이날 이성헌 의원도 < 신동아 > (2010년 4월호)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폭로 내용의 신빙성을 뒷받침했다.

< 신동아 > 보도 내용은 대선 전 김유환 실장이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맡고 있을 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음해성 문건을 만드는 '박근혜 TF'가 실재했으며 김 실장이 이 팀의 책임자였다는 것. 여기서 작성된 의혹이 있는 박근혜 후보 비방 자료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사주한 것이 정두언 의원의 보좌관이었는데, 김유환 실장이 총리실 정무실장으로 발탁된 것도 정 의원의 추천으로 가능했다는 내용이다.

김 실장은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TF' 관련설을 제기할 때마다 '국정원의 자체 사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고 답변해 왔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국정원에서 김 실장을 조사할 때 '박근혜 TF'와 관련된 항목에 대해선 아예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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