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시연 위해 위폐 만든 비서관에 "위험한 사람"

2009. 10. 15. 1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첨단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모조화폐(위조지폐) 범죄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한 국회의원 비서가 모조지폐를 제작, 한국은행 측에 보냈다가 도리어 한은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실의 김모 비서(32)는 최근 15일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중에 나온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신권 지폐 몇 매를 모조했다.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신권 지폐 위조 범죄가 대부분 컬러 복합기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를 분석, 한은 측에 모조지폐를 제작 계획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 뒤 똑같은 방식으로 직접 이를 시연해 본 것이다. 그런 뒤 김 비서는 국감 전날 한은 발권국에 5만원권,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 모조지폐 각 2매씩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발권국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난 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당자는 김 비서관에게 해당 모조지폐의 정교함을 지적하면서 "당신은 우리나라에 있으면 위험한 사람", "등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15일 한은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담당자를 호출한 뒤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최근 위폐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의정활동차원에서 한은과 협의해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밟아 모조지폐를 제작했던 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망발을 입에 담느냐"고 따졌다.

그는 "한은에서 모조지폐를 제작하면 미리 달라고 해서 어제 직접 담당 과장에게 전달했고, 오늘 국감이 끝나면 나머지도 다 전달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건 직원 개인에 대한 협박일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협박이고 나아가 국회에 대한 협박"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또 "내 비서가 무슨 범법자라도 된다는 것이냐"면서 "이렇게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협박까지 일삼을 수 있느냐"며 이를 '국회경시 행태'로 규정, 위원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이에 담당자는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나, 그런 인사를 위험한 인물로 또는 한은 내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임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최근 3년간 위폐관련 발생건수가 평균 3500여건으로 신권 발행 이후 위조지폐 발생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에서는 위조방지기능이 강화된 새 은행권이 발행된 2007년 이후 위조지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하는데, 이는 구권과 합산한 것으로 수치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조지폐의 제작 방식 유형을 살펴보면, 전체의 91%가 컬러 복합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실제 신권 지폐와 김 비서가 모조한 위조지폐를 나란히 붙여 비교해보였다.

그는 "한국은행의 화폐이용기준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컬러 복합기를 이용 직접 제작해 본 결과, 세밀한 위조방지 장치에 의한 차이는 있지만, 육안으로 쉽게 판별할 정도의 큰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 윤경원 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