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의원님' 빼고 답변하라니까!"

입력 2009. 10. 6. 12:55 수정 2009. 10. 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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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기사추가 : 2009. 10. 06. 16:40]"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박기성)"

◇ 노동3권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은뒤 물을 병째로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헌법에서 노동3권을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박 원장은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의 매서운 질타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노동 3권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가 없다고 했는데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0개 국가에서 노동기본권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면서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왜곡한 것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같은당 이석현 의원은 "박 원장의 발언은 평소 반노동자적 소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면서 "근로의욕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전국 노동자의 마음에 상처를 많이 줬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노동연구원 설립 20년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문제를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지도 걱정"이라며 "전경련이나 경총이라면 몰라도 소신과 맞지 않으면 노동연구원장직은 사퇴하는 것이 어떠냐"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박 원장은 "이 의원의 질책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임기 중에 열심히 일 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또 '노동 3권 발언'과 관련, "당시 국회 전체회의 때 매우 당황한 상태에서 잘못된 표현을 쓴 것이다"면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와 함께 박 원장에 대한 논문표절, 연구용역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박 원장이 성신여대 교수 시절 발표한 논문 17편을 분석한 결과 이중게재 3건, 자기표절 6건, 논문 짜깁기 1건, 토막논문 1건, 학술연구비 부정수령 6건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박 원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의 지난 1년간 법인카드 사용 총액은 무려 1억 1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박 원장의 경상비 및 법인카드 남용은 국민의 상식을 넘는 파렴치행위로 공직자 부조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원장실에만 800만원을 들여 에어컨을 설치하고, 직원복지 명목으로 계약한 테니스장도 나홀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원장은 "에어컨 설치는 원장실이 상징적인 것이라 그랬다"고 해명했고, '테니스장 의혹'및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위원들의 질문에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박 원장의 이 같은 답변태도에, 김영선 위원장은 "질문 사항에 대해 맞게 이야기 하라"며 명확한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 의원은 "노동연구원장으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박 원장이 도덕성조차 불감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박 원장은 더 이상 국민세금을 축내지 말고 뉴라이트단체로 복귀하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박 원장이 지난 1년간 연구과제와 관련해 3천만원 미만으로 뉴라이트인사 및 지인들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 5건이나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물쭈물 답변 못하자 여야 막론하고 답변태도 문제제기

박 원장은 위원들의 쏟아지는 의혹제기에 진땀을 흘렸다. 답변과정에서 엉뚱한 발언을 하거나 초점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한 정무위원들은 박 원장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으며 "똑바로 답하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무소속 신건 의원은 '노동3권'발언에 대한 "당황한 상태에서 잘못된 표현을 쓴 것"이라는 박 원장의 해명에 "당황하면 소신도 잘못 얘기할 수 있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신 의원은 "잘못된 발언이라고 인정한 것은 소신을 바꿨다고 봐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헌법에 노동 3권이 있어야 한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박 원장은 "헌법에 (노동 3권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서둘러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와서 소신을 바꾼 것이냐"며 박 원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박 원장이 사실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고, 말 바꾸기도 하고 있다"면서 "말 바꾸기를 쉽게 하는 것이 소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신 의원은 "박 원장이 민간기업의 스폰서를 받아서 부부동반 골프부킹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골프장에서 무슨 일자리 해법을 찾느냐"면서 "이것이 정부의 노동 정책이냐"고 따졌다.

홍 의원도 "박 원장이 지난 1년간 연구과제와 관련해 3천만원 미만으로 뉴라이트인사 및 지인들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 5건이나 된다"면서 "규정에 따르면 3000만원 이하는 수의 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지인 등에게 편의를 봐주기 위해 편법을 쓴 것 아니냐"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원장은 "송구스럽다", "사실이 아니다"면서 자세를 낮췄지만,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3000만원 미만의 연구용역 계약 체결'에 대해서는 "편법을 쓴 것이 아니라, 규정을 지키고자 한 것"이라고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도 박 원장의 장황한 답변이 이어지자 "답변만 빨리하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박 원장이 "존경하는 이사철 의원님..."이라고 또 다시 답변을 시작하자 이 의원은 "존경하는 의원님은 빼고 하라. 아까 전에도 그래서 제지당하지 않았느냐"며 호통을 쳤다.

한나라당 소속 김영선 정무위원장도 수차례 박 원장의 말허리를 자르며 "관련 사항에만 대답을 하라. 질문 포커스에 맞춰서 말하라는 얘기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박 원장의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위원장석에서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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