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MBC 기자에 망신당한 까닭

2009. 6.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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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영균 기자]

김영우, 강승규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최고경영진은 PD수첩 사태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엄기영 MBC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미디어관련법-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벌어진 여야 6월 국회 '개회 전투'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이틀째 점거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청와대 돌격대냐"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청와대의 돌격 명령이 내려지기 무섭게 한나라당 의원 40명이 'MBC 경영진은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설마 했는데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들은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에 대한 과잉 충성경쟁으로 국민의 대표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권위와 상식을 내던지고 정권의 언론장악 돌격대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돌격명령에 한나라당 의원 40명 'MBC 사장 사퇴' 성명"

앞서 한나라당 초선의원 40명은 23일 공동성명을 통해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책임을 지고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00일된 정권의 숨통을…" 등 내용이 담긴 'PD수첩'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문제 삼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함으로써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자행한 제작진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와 보도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MBC의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여당을 '청와대 돌격대'로 지칭한 이유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성명서에 '청와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브리핑에서 PD수첩 수사와 관련해 "(이런 일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면 경영진들이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 대변인의 브리핑이 사실상 '한나라당 작전명령, 대민주당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초선의원 40명이 불과 5일 만에 "MBC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변인이 앞장서자 한나라당이 앞다퉈 나선 꼴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단독국회 철회를 요구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착각한' 여당 의원, MBC 기자에게 "이런 건 SBS가 잘 써줘야..."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디어법 처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24일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야당 추천위원들의 불참 속에 '단독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단독보고서에는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하되 대주주로서 겸영은 2012년까지 유보한다"는 결론이 담겼다. 결국 2013년 이후에는 이른바 '족벌신문'과 대기업이 사실상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의 반발에도 이 '단독보고서'를 미발위 공식보고서로 채택해 6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법을 처리한다면 난장판이 될 것"(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이라는 경고에도 한사코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무리수를 두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23일 '엄기영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 복도에서 기다리던 한나라당의 L의원은 SBS 기자로 착각한 MBC 기자에게 친한 척 다가가 "이건(엄기영 사퇴 촉구 성명서) SBS가 잘 써줘야 돼"라고 말을 건넸다가 망신을 샀다.

주변의 기자들이 "MBC 기자한테 무슨 말이냐"고 알려주자, 그때서야 그 여성 의원은 무척 당황한 모습으로 자리를 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디어법' 처리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쓴 웃음을 짓게 하는 해프닝이었다.

정세균 '야4당 대표회담' 제안... 반한나라연합 등장할까

이같은 정부 여당의 전방위 공격에 맞서 야당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18일 합동 규탄대회를 열어 '미디어법 저지 공조'에 나선 야4당은 6월 단독국회가 개회되면 실력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여권이 민심을 무시하고 힘으로 제압하려 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한나라당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26일 저녁 '야4당 대표회담'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정세균, 강기갑, 문국현, 노회찬 대표는 이날 한 자리에 모여 느슨한 연대를 뛰어넘는 '반한나라당 연합'을 결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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