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앞에 선' 김대중 구한 교황편지 공개

입력 2009. 5. 19. 09:48 수정 2009. 5. 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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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全 대통령에 DJ 구명 편지 보내(광주=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을 배후 조종했다며 `내란음모' 주동자로 몰려 사형이 확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건지는 데 당시 교황이 크게 기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19일 광주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교황인 고(故) 요한 바오로 2세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 전 대통령의 감형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1980년 12월11일자로 보냈다.

교황의 메시지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1981년 1월5일자 `회답서신'을 통해 "(김대중은) 어떠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불법적인 방법과 폭력에 의한 합법 정부의 전복 기도를 포함한 반국가적 범죄로 인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며,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교황) 성하의 호소가 순전히 인도적 고려와 자비심에 의거한 것임을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도 사형이 확정됐지만 교황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구명 운동을 벌이고 미국 등이 `김대중 사형은 지나치다'며 군사정권을 압박한 결과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 같은 내용은 신군부와 미국 백악관 사이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 여부를 놓고 긴박한 `거래'가 오갔음을 보여주는 비밀문서가 2005년 공개되면서 `사실(史實)'로 확인된 바 있다.

한편 감형 소식에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시 全 전 대통령 앞으로 같은 해 2월14일자 `교황 친서'를 보내 "각하께서 신속히 배려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각하께 최대의 경의를 표하며 훌륭한 한국 국민들에게 신의 가호와 은혜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다시 징역 20년으로 감형되고 나서 1982년 형 집행정지를 받고 미국 망명길에 올랐으며, 1987년 사면.복권되고 대통령 임기를 마친 2003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이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자료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당시 국제 사회의 구명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김 전 대통령이 사형을 면할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구명운동에 교황청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가 정권 탈취 과정에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이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조작한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故) 문익환 목사와 이해찬 전 총리 등 당시 민주화 인사 24명이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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