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도 검증도 '졸속'..비행안전 논란 고조

2009. 3. 3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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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2롯데월드' 배경과 문제점

1년만에 '13년 불허' 뒤집고 15일만에 검증용역

서울시 허가만 남아…안전장비 비용 쟁점될 듯

제2롯데월드로 불릴 112층짜리 빌딩의 신축이 31일 마침내 허용됐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지속됐던 불허 결정이 이명박 정부 들어 허용으로 돌아선 과정이 급작스럽고 깔끔하지 않아서다.

■ 왜 바뀌었나?

1995년 롯데가 처음으로 100층 건축안을 낸 이래 정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에 13년간 줄곧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2007년 7월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도 '비행안전 지장'을 문제삼아 빌딩이 203m를 넘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과 9월 열린 1·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거푸 제2롯데월드 신축을 위한 방안 모색을 강하게 지시한 뒤 불과 1년도 안 돼 허용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사정 변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 틀고 안전장비를 보강해 비행안전 문제를 해결했고, 비용 또한 롯데가 부담하기로 해 상황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도 활주로 각도 변경안을 검토했지만, 비행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 바 있다. 이에 따라 군과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친재벌' 드라이브가 정부의 공적 협의 절차를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남은 절차는?

이날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를 끝으로 제2롯데월드는 정부 손을 떠나 서울시로 넘어간다. 서울시는 교통·환경영향 평가 등을 거쳐 건축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다만 롯데는 공군과의 합의대로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과 이에 따른 장비·시설물 보완, 서울공항의 KA-1 경공격기 대대의 원주 이전 등에 따른 비용을 대야 한다. 롯데는 관련 공사를 직접 수행하고 이를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공군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은 제2롯데월드가 비행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고도 203m를 넘기 전까지 마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비 설치에 따르는 초기 예산뿐 아니라 이후 이를 관리·보수하는 데 드는 '애프터서비스' 비용까지 롯데가 부담할 것인지 등의 쟁점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 안 끝난 논란

서울공항 비행안전을 둘러싼 의문은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검증 용역을 맡은 한국항공운항학회는 시뮬레이션 결과 초고층 건물 신축에 따른 '와류 난류'(고층빌딩 사이 소용돌이 바람)나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감 증대 등은 직접적인 안전 위해 요인이 아닌 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증 용역기간이 15일에 그쳤고, 중간 보고서가 불과 8일 만에 나온 점 등을 들어 '졸속·꿰맞추기식 검증'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용역보고서가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준 비행안전 확보 최대구역인 7구역 적용 범위를 왜곡했고 △대형 수송기의 서울공항 이착륙 제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최종본에서 뺐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서울공항은 전투기 등 군용기가 사용하는 공군기지라는 점에서 유사시 산개하는 전투기의 특성상 활주로 각도 3도 변경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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