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는 해외삽질로 해결? 지금이 1970년대인가

2009. 3.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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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박순자 최고위원(왼쪽)과 박희태 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의원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남소연

한나라당 '일자리 지키기·만들기·나누기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순자 최고위원)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해외 건설현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하는 청년들에게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군 복무 면제 혜택을 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공개된 개정안으로 최대 5000여 명의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건설사들의 해외 인력난 해결과 외화벌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박순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해외 건설현장은 3D업종이기 때문에 서민 일자리를 해결하는 데도 효율성이 있다"며 "청년 일자리 부족이라는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해외 건설현장은 90여 국가, 1300여 곳. 이번 개정안이 3월 중 당정 협의를 거쳐, 그대로 4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2012년까지 해외 건설현장으로 파견되어 3년 이상 근무하는 해외 건설 근무자들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건설사만 좋은 것 아니냐... 국민 착취다"

"정말이지 매번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되네요."한나라당이 내놓은 개정안 내용을 접한 예비군 3년차 정동수(28·가명)씨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무지 병역 의무와 해외 건설 근로자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 정씨의 말이다.

예비군 2년차 장경수(26)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장씨는 "(입영 대상자가) 해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라며 "요즘 북한이랑 분위기도 안 좋은데 국방 공백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4대강 살리기에 이은 '건설사 특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었다. 김건우(28)씨는 "결국 건설사만 좋은 거 아니냐, 국민 착취하겠다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며 이번 개정안 내용이 또 '건설'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범(28)씨도 "건설사의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게 국방의 의무를 대체할 수 있냐"며 "결국 또 건설이다, 건설 말고는 경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아 웃긴다"고 말했다.

"지금이 1970년대도 아니고... 현실성 없다"

한나라당의 '해외건설 노동자에 대한 병역면제 개정안'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

ⓒ 화면캡쳐

실제로 현재 해외 건설현장 임금 수준은 국내와 달리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1985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병원 신축공사장에서 일했던 건설 노동자들의 현지 월급은 약 70만원으로 국내 2배 수준이었지만, 2006년 폴란드 브르추아브 코비에르지체의 엘지경제특구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은 한국의 60% 수준 남짓. '국민 착취'라는 지적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 관련 기사 아래 댓글로 달린 누리꾼들의 비판은 한층 더 거셌다. 아이디 'ㅁㅈㄴㄹ'은 "그렇게 국방을 사랑하는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 머리에서 어떻게 저따위 생각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아이디 '어이없네'는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병역을 신성한 의무로 생각 안 하고 있다는 거"라며 "저런 식의 대체복무 생각하는 생각 트인 양반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는 왜 그리도 엄하신 건지… 허허"라는 댓글을 올렸다.

또 아이디 'dr.레인'은 "해외 파견 인력이 필요하면 임금을 두둑이 줄 일이지 이건 공짜로 막 부려먹겠다는 심산이네요"라는 댓글을, 아이디 '하이고'는 "지금이 무슨 70년대도 아니고... 중동 두바이만 가봐도 죄다 인도 파키스탄 이런 쪽 저렴한 노동력이 장악하고 있다"며 "현실성이 없다,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본 거냐"고 피력했다.

아이디 '콜드'는 "세계경제가 얼어붙어서 큰 공사는 모두 취소하는 분위긴데 무슨 건설로 '대동단결'이냐"라며 "대통령이 현대건설 어떻게 망했었는지 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결국 '있는 사람들' 병역 면제 하겠다는 얘기?

한편 한나라당의 병역법 개정안 추진의 이유가 사실은 '경제' 살리기에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많았다.

아이디 '아미고'는 "돈 있고 빽 있고 있는 집안 자식들은 수 써서 해외여행 다니면서 업체에 등록만 해놓고 합법적으로 군 면제되는 스토리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디 'ㅇㅅㅇ'도 "이런 제도가 객관성과 투명성이 보장될까, 있는 집 자제들은 해외에서 위장취업하고 그냥 3년 놀다 올 것 같은데?"라며 "실효성은 따질 필요도 없고,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아니고 이건 머릿속에는 온통 삽질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이디 '투명성 제공?'은 "국내 산업요원들도 투명하게 관리를 못해서 군대 2번씩 가는 케이스가 나오는데 만약 이게 시행된다면 정말 복마전이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누리꾼들의 이러한 반응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05년 < 세계일보 >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장관, 차관 등 한국을 이끄는 정·관계 지도층 인사들의 아들 10명 중 1명은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평균 병역면제율(4.08%)의 두 배를 넘는 수치. 이들의 현역 입영 비율은 최근 10년간 평균 현역 입영 대상 비율(85.9%)의 절반 수준인 46%였다.

한편 아이디 '안보겠지만'은 "역대 대통령 아들 중 58년 개띠가 있었는데 58년 개띠들 고등학교 가는 해에 입시제도 바뀌고 대학교 가는 해에 또 입시제도 바뀌고 군대 갈 때 되니까 군대에 희한한 보직 하나 생겨서 3개월 장교 복무하니 끝나는 것 봤다"며 "이 제도를 하게 되면 고위층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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