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이유여하 막론하고 유감".. 박상천 "그게 사과냐"

2009. 2. 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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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

지난해 12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싼 폭력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열린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진 외통위원장이 안건처리에 앞서 폭력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해 12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싼 폭력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열린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학진 민주당 간사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도 "사태의 원인은 한나라당이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 남소연

"원만한 의사진행을 위해 상임위원장의 권한인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당일에는 예정된 시간에 의사정족수를 충족해 상정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명한다. 국회에서의 폭력사태는 잘못된 일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여야가 노력해야 한다."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연말연초 국회파행의 발단이 됐던 지난해 12월 18일의 외통위 사태에 대해 이렇게 유감을 표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민노당이 충돌한 지 50일만인, 5일 오전에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다.

박 위원장의 유감표명은 "외통위 사태와 관련 외통위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라는 '유감표명'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진솔한 사과를 하라"고 반박했다.

박상천 "대학나온 사람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정치 떳떳하게 하라"

지난해 12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싼 폭력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열린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폭력사태 당시 사진이 표지에 게재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을 소개하며 유감을 표하고 있다.

ⓒ 남소연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위원장의 발언은 재발방지 약속도 없었고, 사과라고 하기에도 미흡해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면서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출입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진 위원장과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상임위 질서유지권 발동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그것에 따르지 않은 야당에 책임이 있다"면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일이었지만 불상사에 대해 여야 모두 반성하고, 위원장 사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박 위원장을 엄호하고 나섰으나,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계속됐다.

박상천 민주당 의원은 "(박진 위원장의 발언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라면서 "야당의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외통위 회의실에 바리케이드를 쌓았다고 말해야 사과인 것이지, 나도 대학 나온 사람인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치는 떳떳하게 해야 한다. 위원장은 다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김충환 의원에 대해서도 "교묘하게 발언을 했는데, 질서유지권은 질서문란행위가 벌어질 때 하는 것이지 회의장에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무슨 질서 유지냐"면서 "판사가 법정에 변호사를 못 들어오게 한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박선영 "대통령 형님있는 품격있는 상임위"... 이상득 "쓸데없는 소리"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그걸 어떻게 사과로 보겠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도 그것보다는 낫다"(이미경), "외통위원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사과를 하려면 사과답게 하라"(신낙균)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에서 남경필 의원 등이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우리가 반성문을 쓰는 자리"라고 무마하는 것으로 박 위원장의 사과문제는 마무리지어졌다.

한미FTA 비준 문제는 미국의 재협상 분위기에 따라 결국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미국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박진 위원장 등이 무리수를 둬서 국회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박진 위원장은 이날 회의 내내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폭력사태에 대한 여야간 상반된 책임공방이 이어지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전날 이뤄진 여야간사 합의 내용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회의장을 나가겠다"고 박진 위원장을 압박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 남소연

외통위원들은 회의 시작에 앞서 "출입문이 아주 튼튼해졌다", "박진 위원장 것도 그렇고 명패가 많이 바뀌었다"며 머쓱한 농담들을 주고 받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예민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박선영 의원이 발언 도중 "외통위는 품격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대통령의 형님도 있고, 각당 대표들도 있다"고 말하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하세요"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 박진 위원장의 유감표명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잇달아 발언권을 신청하자, 이상득 의원은 "위원장이 (위원장 사과로 외통위 사태 마무리, 의결사항 처리라는) 간사들이 합의한 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저는 나갑니다"라고 말한 뒤 일어서 있다가, 박진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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