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수도권 규제완화? 지방황폐화로 엄청난 후유증 시달릴 것"

2008. 10. 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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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평에 5백, 1천만원하는 땅값으로 경쟁력 살아날까?- 수도권으로 U턴할 기업들 많이 생길 것- 수도권 개발에 집중하는 국가, 세계 어디에도 없어- 수도권 땅값 올라가는 것 노리는 기업 경계해야- 수도권 규제 때문에 지방으로 옮기는 기업? 단지 1,2%밖에 안 돼

▶ 진행 : 고성국박사(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출연 : 이완구 충남도지사

정부는 오늘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그 핵심적 내용이 바로 국토이용방안인데요.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대폭 허용하고, 환경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

- 오늘 정부의 국토이용방안 내용을 보신 느낌이 어떠십니까?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서 발표한 것 같은데요. 제 생각으로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우리나라 미래의 국가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정말 고민하고 발표했는지 걱정되고 당혹스럽습니다. 단기적인 대중적 처방으로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과밀혼잡,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 지방의 황폐화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릴 겁니다.

그리고 전경련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4조원의 투자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제가 도지사 취임한 2년 동안 우리 충청남도에서 35조의 투자유치를 했고 외국자본이 3조 5000억, 그래서 약 40조 가까이 있는데 국가정책의 틀을 바꾸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가지고 4조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엄청난 발표를 한 것은 훗날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 오늘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이해하십니까?

수도권 총량제를 건드려서 상수도 보호지역이나 군사보호시설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큰 골자인데요. 작년 같은 경우 저희 충청남도에서 1,000개의 기업을 유치했는데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산업단지 기업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산업단지 내에 있는 공장의 한 평(3.3 평방미터)당 가격이 500~1000만원입니다. 공장부지가 한 평에 500~1000만원이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방은 한평당(3.3평방미터) 40~50만원인데 10배 이상이란 말이에요. 이번 조치로 인해 분명히 땅값이 뛸 텐데 그럼 과연 기업들이 땅값 상승을 기대하고 이번 조치를 원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정말 순수한 신설, 증설을 원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 평에 500~1000만원 하는 데 공장을 지어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 이번 정부 발표 중에는 제주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새로운 땅을 개발해서 지원하겠다고 하니까 땅값이 바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지방에서 공장을 인허가해주는 도지사입니다. 지금 공장 하나 짓는 데 현행 법규상으로 볼 때 3~5년 정도 걸리거든요. 그래서 제주도의 몇 배가 됐든간에 결국 난개발이나 지가상승으로 이어지지 곧바로 투자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고요. 오늘 충청남도가 전국 16개 시도 지자체 중에서 외자유치 1위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충청남도 같은 곳이 전국에서 경기도를 제치고 1위를 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지역인데 경기도와 인천, 서울조차도 공장을 허용하겠다는 이 발표가 과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지.

예컨대 제가 며칠 전에 경기도 기흥에서 서울시청까지 차로 가는 데 3시간 걸렸습니다. 이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수긍이 가지 않고요. 절차면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가지고 김문수 지사와 제가 대단히 논란을 벌였는데요. 그렇다면 지방의 목소리를 사전에 수렴해서 지방의 시도지사들과 정부가 충분히 협의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지 이렇게 갑자기 발표해버리면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겠습니까?

- 시도지사들과 사전협의가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 이런 조치들은 원래 사전협의 없이도 발표되는 건가요?

그래서 대단히 서툴다는 겁니다. 정치적 판단으로 볼 때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시도지사들과 정부가 충분한 협의한 끝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발표해야지 이걸 불쑥 발표해버리면 납득을 하겠습니까?

지금 지방은 어린아이 울음소리 듣기도 힘들고, 지방 전체에서 1년에 100개의 학교가 폐교됩니다. 수도권에는 150개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데, 한 학교당 400억씩 따진다 하더라도 150개면 6조의 학교 신설비용을 또 들여야 합니다. 이게 과연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합당한 일입니까?

- 오늘 정부 발표 이후에 지역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셨습니까?

네. 지금 지방에서는 대단히 황당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당혹스럽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거죠. 지방은 정말 어렵습니다. 수도권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그건 개별적으로 처리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국가경영,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것, 수십 년 동안 온 정책적 틀을 바꾸는 거거든요. 이 혼란과 정책적 시행착오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그리고 몇 년 후에 수도권 과밀화가 집중화됨으로서 오는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 갑니다.

- 정부는 '세계가 대도시간의 경쟁이라서 일본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 다 수도권 개발에 나서고 있으므로 우리도 그렇게 가야만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해야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는데요?

프랑스 같은 경우 파리 수도권 중심으로 지방의 공립학교나 공기업들이 이전하고 있고요. 영국 같은 데선 십수년 전에 오피스텔 허가제까지 할 정도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도권 정비 계획법이라는 게 원래 일본법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모방했는데요. 일본도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계속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막았죠. 왜냐면 주거비용이 많이 들고, 교통혼잡비용이 들어가고, 환경 문제가 되고, 난개발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것이 효과를 보다보니까 수도권이 좀 뜸해져서 그걸 다시 좀 보완하는 쪽의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지금 정부가 발표한 건 아닙니다. 중국 같은 경우도 처음엔 상해 중심으로 가다가 도저히 안 되니까 서북부 쪽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각국이 검토하고 있는 것이지 수도권에 집중하는 국가는 지금 없습니다.

- '그동안 수도권 내에 공장 증설이나 신설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지방 이전을 하다보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이 약해지고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2007년도 전경련에서 외국에 나간 기업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수도권 규제 때문에 갔느냐, 인건비가 높아서 갔느냐, 물류비용 때문이냐, 노사문제 때문이냐, 지가가 높아서 갔느냐라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1~2%가 수도권 규제 때문에 공장을 옮긴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미미한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에 중국에 가서 얘기해보니까 중국에 이주하는 기업들도 수도권 규제 문제가 아니라 높은 땅값, 높은 임금, 물류비, 노사 문제 때문에 공장을 옮긴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지방에는 평당 몇만원 짜리 땅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지방의 교육이라든가 문화, 의료 같은 투자를 해줘서 기업들이 스스로 지방으로 옮겨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힐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 전 국민의 반 정도가 면적 12%의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는데, 국토의 88%가 지방이고 전 국민의 반 이상이 살고 있는 지방을 내버려두고 다시 수도권에 집중화시킨다는 게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건 불보듯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 지사님께선 1000개의 기업을 충청남도에 유치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번 정부의 발표로 그 기업들 중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까?

그런 움직임이 보입니다. 수도권으로 유턴할 기업들이 보이고요. 지금 수도권에서 옮기려고 했던 기업들도 망설이는 상황입니다.

진정으로 평당 500~1000만원으로 높은 가격의 공장부지를 놓고 국제경쟁력이 있겠습니까?

10배 이상의 지가를 가지고 공장을 돌려서 이윤이 남겠습니까? 정부가 어려운 점도 이해는 가지만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수도권의 땅값이 올라가면 자기 기업의 자산가치를 올리는 의도도 우리가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이렇게 수도권에 집중해서 이익이 나면 그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하는데요?

참 어설픈 말씀이죠. 수도권의 개발이익이 얼마나 날지 판단도 안 된 상황인데 그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돌린다는 건 대단히 어설픈 말씀이죠. 말이 되겠습니까? 지방사람들이 들으면 굉장히 화가 날 얘기 아니겠어요? 지방은 지금 어린아이 울음소리도 듣지 못하고 학교가 100개씩 폐교되는데 수도권을 개발해서 그 이익을 지방으로 돌려주겠다는 말을 지방분들이 납득하겠습니까?

- 오늘 발표에 대해 경기도는 환영 분위기인 것 같은데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떻습니까?

경기도와 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상생의 모델을 정부가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경기도지사와 지방 시도지사들이 모임도 갖고 정부와도 모임을 가져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불쑥 이렇게 발표해버리면 역사적 평가를 나중에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몇 년 후에 나올 부작용에 대해 굉장히 우려합니다. 오늘의 인터뷰가 몇 년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단한 후유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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