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가 분석한 북한의 식량 사정

2008. 9.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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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6월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 실시한 북한의 식량 수급상황에 대한 현지 조사 결과가 16일 공개됐다.

WFP는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입수한 이번 자료에서 함경남도 일부 도시와 함경북도, 량강도의 주민들은 가을 추수 전 시기로서 전년도 수확량 재고가 떨어지는 8~10월 사이 적절한 외부지원이 없을 경우 `인도적 비상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두 기관은 올해 6월9일~30일 북한 함경남.북도, 량강도, 평안남도, 황해남.북도, 강원도, 평양 등의 53개군에서 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375개 가구에 대한 인터뷰와 식량배급 당국자와의 토론, 병원.고아원.협동농장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얼마나 심각한가 = 북한 주민의 60% 이상이 하루 두끼 식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조사대상 가구 중 88%가 `최근 음식 섭취를 줄였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야생식물 소비가 2003~2005년에 비해 20% 증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은 옥수수와 야채, 야생식물을 물에 넣고 불린 죽 형태의 음식을 기본 식사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콩과 단백질류는 거의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양 상태 악화는 건강 이상으로 직결됐다. 최근 2주간 아팠던 적이 있다는 응답이 농민의 경우 55.6%, 배급 의존자의 경우 61.4%에 달했다. 특히 2주사이에 설사를 경험했다고 답한 이가 농민 중 40%, 배급의존자 중 52.9%에 달해 야생식물 섭취의 부작용이 심각함을 보여줬다.

소아 영양실조도 심각했다. 함경북도, 강원도, 황해도 등지의 7세 미만 소아 보육 센터를 방문한 의료단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센터에 등록된 어린이 1천930명 중 214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 식량부족 야기한 내.외부적 요인 = 우선 북한의 주요 식량 수입원인 중국이 식량 수출 쿼터제를 시행하면서 최근 2년간 중국에서 도입된 식량 수입량이 2004~2005 회계연도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매년 쌀 차관 40만~50만t을 제공했던 남한이 올들어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식량 지원을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의 하나였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2006~2007년 2년 연속으로 발생한 홍수 피해와 올해 남한의 비료 지원 중단이 자체 생산량 감소로 연결됐다. 올해 봄 수확한 작물의 규모는 전체 북한 인구의 약 10%가 1개월 간 식량 공급을 약간 높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WFP는 진단했다.

또 홍수 피해에 따른 수송 인프라의 손실과 연료 공급 부족, 상거래 제한 조치 강화 속에 북한 내부의 공식.비공식 식량분배 시스템이 크게 손상된 것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식량부족은 자연스럽게 곡물의 시장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평양 곡물시장의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2.5~3배 상승했고 가난한 계층이 주로 먹는 옥수수 가격은 4배나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 배급실태와 취약 계층 = 식량난 속에 주로 배급과 공동농장 생산물 분배로 구성된 북한의 가계식량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전에 1인당 하루 500g이던 배급량은 지난 4월 350g, 6월 150g으로 각각 줄었고, 어떤 지역은 하루 55g만 배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공동농장 생산물 분배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심해 어떤 곳은 하루 1인당 600g, 어떤 곳은 320g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로는 어린 아이와 청소년, 노인, 임산부, 수유 여성 등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함경남도의 일부 지역과 함경북도, 량강도의 식량부족이 특히 심각하다는게 WFP의 판단이다. 그리고 평양시내 몇 곳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도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조만간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하루 두끼로 연명하고, 한끼 식사량을 줄인 가구의 비율은 도시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도시가 농.어촌에 비해 더욱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도시 주민들의 경우 야생식물 채집과 개인 경작, 축산 등에 제약이 있고 식량의 시장가격 상승에 직격타를 맞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개성공단이 입주한 개성과 사리원, 청진 등 일부 도시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민들 자구책 =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 외에 텃밭 경작 등으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식량 배급을 받는 주민의 절반과 농부 대부분은 텃밭에서 감자.옥수수.야채 등을 키운다고 응답했고 배급에 의지하는 주민의 71%와 농부의 96%가 가축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급 의존자 중 약 80%가 시골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식량을 얻어 먹는다고 답했다. 그나마도 북한 북동부 지역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도시 지역민들이 시골 친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 야생식물 채집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급 의존자중 야생식물채집에 참여하는 사람은 2003~2005년 50%에서 2008년 70%로 급증했고 협동농장 농부 중 채집참여자 비율도 같은 기간 60%에서 75%로 늘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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