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위 "대통령 발언 녹취록 확인 필요"청와대는 "공개 못한다"..'조정 불성립'

2008. 7.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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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지난 6월 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 회동 모습.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이 대통령-불교계 간담회' 내용을 전한 <오마이뉴스>의 6월 7일자 기사와 관련,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금 5억원을 청구하는 언론조정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11일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리의 핵심 쟁점은 이 대통령이 불교계 간담회에서 한 발언 녹취록 전문 공개에 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심리를 맡은 서울제4중재부(부장 김동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간담회 녹취록 공개에 대해 신청인(이 대통령) 측의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한 뒤 "신청인측이 요구한 정정보도를 피신청인(오마이뉴스)측에 권유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조정불성립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조정불성립'이란 중재위가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있을 경우'(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21조)라고 판단할 때의 선택이다. 중재위가 신청인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직권조정'을 결정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오마이뉴스>의 6월 7일자 <이 대통령 "촛불 배후는 주사파 친북세력"> 제하의 기사에 대해 "명백한 허위보도이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정보도와 함께 손해배상금으로 5억 원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언론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현재까지 이 건이 유일하다.

6월 27일과 7월 4일, 11일 등 3차례 열린 이번 사건 심리에 이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바른' 소속 김재협 변호사가, <오마이뉴스>에서는 정치경제 데스크를 맡고 있는 이병선 부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오마이뉴스>는 6월 27일 첫 심리에서 해당 기사 내용이 신뢰할 만한 복수의 불교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것임을 밝히고, 취재과정에서 불교계 핵심관계자와 전화로 나눈 일부 대화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보관중인 문제의 6월 6일 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간담회 녹취록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 내용이 확인되고, 그 결과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면 정정보도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재부는 청와대 녹취록 확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 방법으로 ▲녹음을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틀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확인한다 ▲청와대측이 녹음을 풀어 녹취록을 만들고, 중재부가 이를 가지고 간담회에 참석한 스님들에게 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등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열린 2차 심리에서 이 대통령측 김재협 변호사는 이 2가지 방안에 대해 모두 난색을 표시했다. 이에 중재부는 중재부장 혼자서 녹음 내용을 듣고 이번 신청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의 녹취록을 <오마이뉴스> 측에 제시하고 확인하는 3번째 방안을 다시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피신청인을 배제한 상태에서 녹음을 듣는 이 방안이 소송의 일반적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으나 '진실규명'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1일 열린 3차 심리에서 "정치적, 법적 이유로 녹취록 제출이 어렵다"며 3번째 방안조차 거부했다.

이에 중재부는 "이 상태에서는 정정보도 요청이 이유 있다는 심증을 중재부조차 가질 수 없다"며 직권조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 "노사모 나오고, 다 죽어가는 한총련 다시 살아나..."

한편 이 대통령 측이 제출한 '언론중재신청서'에 증거자료로 첨부한 불교계 간담회 녹취록 일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지난 6월 8일 '해명자료'에서 밝힌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측은 당시 '해명자료'에서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한총련 학생들이 가담을 하고 있어 걱정이다. 빨리 경제를 살려서 서민도 살려야 하고 젊은 사람 일자리 만들 책임이 나한테 있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그런데 데모대 구성원이 달라지거든요"라고 하면서 "이제 노사모 나오고 정치적 단체 나오기 시작하고 그 다음 학생들, 한총련인가 옛날 다 죽어가던 단체가 다시 살아나 학생들이 가담을 하고 하기 때문에. 저는 사실은 걱정이 빨리 경제 살려서 서민도 살려야 하고 젊은 사람 일자리 만들 책임이 나한테 있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 뒤 참석자들의 발언이 한참 이어진 뒤 다시 한총련을 언급하면서 "한총련이 움직임을 보이죠"라고 말했다. 녹취록은 이 대목에서 끊겨있다.

또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했으면 재야단체가 들고 나서지 않습니다"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녹취록에 나타나 있다.

<오마이뉴스>의 6월 7일 보도내용 중 이 대통령의 '주사파 배후' 발언 등은 녹취록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이 제출한 녹취록은 극히 일부 대목만 풀어놓은 데다가, 그나마 참석자들의 발언을 군데군데 지우고 필요한 부분만 남겨, 간담회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한 달 이상 타오르던 '촛불집회'를 힘으로 막아보려다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방향을 선회, "각계 원로를 두루 만나서 여론을 들은 뒤 민심 수습 방안을 제시하겠다"며 첫 순서로 6월 6일 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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