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명의 '금연 공익광고' 알고 보니 외국계 제약사 부담

2008. 7.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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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대한의사협회 명의의 금연 '공익광고' 비용을 금연보조제 전문약을 판매하는 외국계 제약사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의협과 해당 제약사는 광고에서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협이 TV와 신문지상을 통해 펼치고 있는 금연 공익광고 비용은 전액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제약이 대고 있다.

6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의협의 이 광고는 외국인 남성이 담배 대신 사탕을 입에 댄 채 '의사와 만난 후 성공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해 '당신의 생각보다 효과적인 금연방법 의사에게 있습니다'라는 말과 무료 상담전화번호 안내로 끝이 난다.

연합뉴스 확인 결과 의협 광고의 비용은 의사협회가 아니라 전액 화이자제약으로 청구되고 있다.

하지만 광고 어디에도 화이자제약이 언급되지 않아 환자와 소비자들로서는 화이자가 광고비를 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화이자제약은 금연보조제 가운데 유일한 전문의약품인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금연보조 패치, 껌, 캔디 등은 의사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다.

의협은 처음에는 이러한 내용을 부인하다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화이자가 광고비용을 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제약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관련 질환 학회를 지원할 경우에는 후원 사실을 드러내는 관례와도 대비된다.

의협 금연 캠페인의 순수성과 공익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의협 관계자는 "금연을 단순히 의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 중독 치료의 개념으로 전환하자는 공익성 광고"라며 "의협과 화이자의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에 금연 광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이자 관계자는 비용을 부담한 화이자의 이름이 광고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익 캠페인이기 때문에 제약회사 이름을 넣지 않는 게 좋겠다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협으로서는 국민건강증진이라는 공익적 성격과 함께 환자를 유치할 수 있고 화이자로서는 처방 금연보조제 판매를 늘릴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협 명의의 광고지만 화이자가 비용을 부담했으리라는 것은 뻔한 사실 아니냐"고 반문하고 "공익광고를 가장한 상업적 광고"라고 일축했다.

한편 화이자가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면서도 사실상 대중광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품이나 회사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지만 의사에게 상담하거나 또는 상담전화로 연결하면 결국 금연보조제 처방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화이자로서는 의협을 후원하면서 제품판매도 기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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