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뒤덮였던 거리 희망 넘치게 하겠다"-1,2

2008. 6. 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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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사과.."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경제.노동단체등에 미리 회견문 발송..이해 당부(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최근 `쇠고기 파문'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또다시 국민 앞에 섰다.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 이후 두번째다.

이날 특별 기자회견은 약 13분간의 회견문 낭독에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일문일답까지 총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한번 국민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특히 지난달 담화에서 새 정부 출범초 국정 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두 저의 탓입니다"라고 말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혀 유감 표명의 수위가 한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종 굳은 표정 = 청와대 참모진 대폭 개편과 중폭 개각을 앞두고 열린 이날 회견은 100여명의 내.외신 등록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주요 방송사들도 이 대통령의 회견장 입장부터 생중계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회견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정각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도착했으며, 잠시 고개를 숙인 뒤 이동관 대변인의 안내로 준비된 회견문을 차분하게 낭독했다.

회견장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김인종 경호처장,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김백준 총무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지난달 담화 발표 때와는 달리 국무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배석자들은 한결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의 회견문 낭독을 지켜봤으며, 일부 수석은 눈을 감은채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인사말로 운을 뗀 이 대통령은 먼저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의 함성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회견문과는 달리 모두발언에는 감성적 표현들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면서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면서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며 국민의 이해를 호소했다.

지난달 담화 발표때와 같이 이 대통령은 회견문을 낭독하는 동안 단 한번도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았으며, 마지막에 다시한번 깊이 머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회견문 마지막에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고 다짐한 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면서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고 톤을 높였다.

◇추가협상 지켜보며 수정 거듭 = 이 대통령의 회견문은 발표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중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회견 이전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종 협상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견문의 일부가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견에서 추가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 이를 계기로 `쇠고기 논란'을 일단락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긴 셈.

또 당초 회견문에는 `사과'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나 이를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로 바뀌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때부터 줄곧 이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 작성을 책임지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이번 개편에서 교체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날 회견문 성안은 김두우 정무2비서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인 지난 3일을 전후로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회견이 늦어진데다 추가협상,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새로운상황이 계속 발생하면서 회견문을 다듬는 데 끝까지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회견에 앞서 정계, 종교계, 학계 지도자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경제5단체 등에 회견문을 미리 보내 진정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입장발표는 당초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는 이날 `특별기자회견'으로 명칭을 변경, 미국에서 진행중인 쇠고기 추가 협상지연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이 있기 때문에 회견이 적절한 표현"이라면서 "회견문 내용은 거의 변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선된 후 마음이 급했다" =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취임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솔직한 어조로 토로하며 국민의 이해를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돌이켜보면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급했다"면서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볼 때 취임 1년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조급했음을 시인했다.

샐러리맨 신화, 청계천 신화에 이어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또다른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 것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

이 대통령은 특히 `쇠고기 파문'과 관련,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심적 부담이 컸음을 하소연하면서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국민들의 용서를 구했다.

또 당초 회견문에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라는 대목에 "이해를 구하고 사과를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포함시켜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국가지도자로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섣부른 결단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협상 선언'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재협상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방의 소리가 들리는데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면서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이른바 `마늘 파동'을 소개하며 "중국산 마늘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 마늘 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여론무마용으로 긴급관세를 부과했고 그러자 중국은 한국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켰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쇠고기 파동이 `제2의 마늘 파동'으로 귀결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공기업 민영화 소문 악의적" = 회견문 낭독에 이어 출입기자단과의 일문일답을 시작하면서 이 대통령은 다소 긴장이 풀린 듯 때때로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이 쇠고기 파문, 화물연대 운송거부, 공기업 민영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으나 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답변자료를 거의 보지 않은 채 조목조목 논리를 폈다.

쇠고기 파문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한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뽑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고 당부했으며,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에 대해서는 "화주도 양보하고, 차주도 양보하고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이른바 `민영화 괴담'에 대해서는 단호한 표정으로 "의도적, 악의적인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인선을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한 채 세부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靑 뒷산에서 촛불집회 지켜봐" = 이날 회견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이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뒷산에서 대규모 촛불시위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대목.

특히 이 대통령은 시위대가 자신의 애창곡인 `아침이슬'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당시의 복잡한 심경을 소회했다. 이 대목은 이 대통령이 회견문을 마지막으로 다듬으면서 직접 추가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뒷산에 혼자 올라 한참동안 명상에 잠겼던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당시 촛불행진을 지켜보면서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시위 현장에 갔다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물은 것으로 안다"면서 "시위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고해 줄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박 수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여기서 촛불행렬이 다 보인다. 마이크를 통해 시위대의 노랫소리와 함성도 또렷하게 들린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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