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임헌조'에 당한 맥도날드의 총력 반격전

2008. 6. 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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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맥도날드'는 햄버거용 고기를 30개월 령 이상으로 사용하고 또 지금 우리나라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내장까지 시용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 MBC

세계 최대 다국적 패스트푸드 햄버거 회사인 맥도날드가 한국에서 '열사 임헌조'에 꼼짝없이 당했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광고에 세계적인 스포츠·연예 스타를 등장시키는 반면 맥도날드 광고에는 한국 전래동화 주인공인 '별순이와 달순이'나 심청이가 나와 햄버거를 먹는다. 그 나라의 문화에 적합한 광고로 승부하는 현지화 전략이다.

늘 기발하고 독특한 광고로 소비자를 사로잡던 맥도날드가 7일 주요 조간신문에 '희한한' 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요 신문 전면에 실린 맥도날드 광고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MBC <100분 토론>시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대한 해명"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광고 상단에 큰 박스로 들어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실린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해명글.

ⓒ 자료사진

지난 6월 5일 MBC 100분 토론에서 임헌조 사무처장의 "미국맥도날드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와 내장을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발언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한국 맥도날드 홍보팀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결과, 미국 맥도날드는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30개월령 미만을 사용하며, 내장은 포함되지 않은 100% 살코기만을 이용하여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부정확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혼란을 주고, 맥도날드사에 본의 아닌 피해를 주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아울러 이번 발언은 임헌조 사무처장의 개인적인 발언이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2008.6.6 뉴라이트전국연합

큰 박스 밑에 비로서 맥도날드 로고와 함께 그들의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내용 역시 박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대한 맥도날드의 입장글.

ⓒ 자료사진

6월 5일자 MBC '100분 토론'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대한 맥도날드의 입장

6월 5일자로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미국 맥도날드에서 사용하는 쇠고기 원재료에 관한)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식 해명서를 위와같이 첨부하였습니다.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1995년부터 호주산/뉴질랜드산 100% 쇠고기를 사용하여 국내협력사에서 패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현재로는 사용할 계획이 없습니다.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기발하지도 않은 광고가 맥도날드의 로고를 달고 신문 전면에 실리게 된 이유가 뭘까? 이것도 현지화 전략의 일환인가? 사건은 '열사 임헌조'의 탄생에서 시작된다.

임헌조 "맥도날드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사용"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5일 밤 MBC <손석희의 100분토론>에 출연했다. '이명박 정부 100일 정책과 민심은?'이란 주제로 방송된 이 토론회에는 임헌조 사무처장을 비롯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조경태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 4명의 패널이 토론을 벌였다.

특히 임헌조 사무초장은 이날 토론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맥도날드에 치명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맥도날드'는 햄버거용 고기를 30개월 령 이상으로 사용하고 또 지금 우리나라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내장까지 시용한다. 그런데 이 맥도날드 햄버거는 미국에 유학 간 유학생, 여행객, 교민은 물론 미국 저소득층이 가장 많이 사먹는다. 그래도 그들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광우병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맥도날드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에 체인망이 있으며 이 체인망이 있는 나라들도 맥도날드 햄버거가 가장 많이 팔린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물론 한국 지사 측 상담전화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생중계로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 및 네티즌들이 정말 맥도날드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로 햄버거용 패티를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서도 당장 소동이 벌어졌다. '임헌조', '맥도날드' 등의 키워드는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최상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맥도날드 햄버거의 원재료에 대한 비난과 함께 불매운동에 나설 조짐을 보였다.

결국 맥도날드는 홈페이지에 "뉴라이트 재단의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대한 맥도날드의 입장"이라는 공지글을 팝업으로 띄워,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햄버거의 쇠고기 패티에는 맥도날드의 글로벌 기준에 따라, 미국산의 경우 30개월 미만의 쇠고기가 사용되며, 미국 및 한국을 포함한 모든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100% 살코기만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또한 내장은 결코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또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우려를 초래한 뉴라이트 재단를 포함한 관련 단체에 어떠한 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해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가 법적대응을 경고하고 나서자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임헌조 사무처장의 개인적인 발언이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맥도날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성명을 기반으로 광고를 만들어 7일자 주요 조간신문에 전면광고를 낸 것이다.

그러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성명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있다. 임헌조 사무처장은 '개인'이 아닌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대표성을 띄고 방송에 출연한 것임에도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회피한 것도 그렇지만, 그의 발언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면서 무엇을 '오해'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열시 임헌조'와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

맥도날드 역시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전날(6일) 홈페이지에 긴급히 띄운 공지글에서는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사용할 계획이 없습니다"라고만 했다. 그러나 이날 광고 문구에서는 "현재로는"이란 문구가 새로 삽입됐다.

당장 다음 아고라 등에서는 맥도날드 광고 문구 중 "현재로는"에 빨간색 밑줄이 그어지고,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라는 의문이 따라 붙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을 두고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진실을 용기있게 폭로했다"며 그를 '열사'라고 비꼬는가 하면 "맥도날드와의 천문학적 소송에 휘말릴 경우 도와줘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맥도날드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수입하게 될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들 식탁에 오르는 것과 똑같습니다"라는 정부 측 광고가 허위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농림부 등 관련부처를 '허위광고' 게재 혐의로 공정거래위에 고발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 맥도날드에서조차 '글로벌 기준'을 내세워 사용하고 있지 않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국 정부는 수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열사 임헌조' 사건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의 국민건강권에 대한 기준이 맥도날드의 글로벌 기준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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