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담화발표중 3차례 머리숙여

입력 2008. 5. 22. 11:13 수정 2008. 5. 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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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담화문 수정..8분간 담화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취임후 첫 대국민 담화를 위해 22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담화문 발표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8분간 이뤄졌고, 이 대통령은 미리 배포된 담화문(`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거의 그대로 읽어 내려갔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으나 마지막에는 "모두가 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는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시종 굳은 표정속에 담화 낭독 = 이 대통령 취임후 첫 대국민 담화인 만큼 회견장인 춘추관에는 100여명의 내.외신 등록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고, 주요 방송사들도 대통령의 회견장 입장부터 생중계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회견 예정시간인 10시30분 정각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도착했으며, 이동관 대변인의 안내로 준비된 회견문을 차분하게 낭독했다.

회견장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 및 각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했다. 국무위원 가운데서는 유명환 외교통상, 강만수 기획재정,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정운천 농림수산식품, 이윤호 지식경제,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배석했다. 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과 함께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석달이 가까워 옵니다"라는 인사말로 운을 뗀 이 대통령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회견문을 낭독했으며, 특히 광우병 파동과 관련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사과하는 대목에서는 잠시 머리를 숙였다.

담화문 낭독을 마친 뒤에도 두차례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는 동안 단한번도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 논란과 관련, "정부의 방침은 확고합니다.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고,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때도 목청을 높였다.

통상 기자회견 이후 참석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은 뒤 바로 브리핑룸 뒤편으로 퇴장했다.

◇담화문 발표 직전까지 수정 거듭 = 이 대통령의 취임후 첫 대국민 담화문은 발표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대구.경북 방문을 마치고 오후 늦게 귀경해 참모들과 회의를 열어 담화 일정을 확정한 뒤 밤 늦께까지 담화문을 직접 챙겨봤으며, 이날 오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문구를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담화문은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만든 초안을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이 넘겨받아 문장을 만들고 이를 이동관 대변인이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의 수위를 놓고 막판까지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표현의 수위를 고민했으며, 실제 사용된 `송구스럽다'는 표현은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며 "`유감스럽다'는 표현도 검토됐으나 이는 객관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한 참모는 "담화 일정이 확정된게 어제 저녁 7시30분께였기 때문에 담화문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실장실, 정무수석실, 대변인실이 팀을 꾸려 거의 밤샘작업을 했으며, 이 대통령도 발표 직전까지 꼼꼼히 챙겨봤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대통령 담화 9차례 = 이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담화는 취임 87일만에 이뤄진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20일만인 2003년 3월14일 `대북송금 특검법안 처리 결과에 대한 대통령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보다는 늦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담화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던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 공포한다는 `정치적 결단'의 내용이어서 한미FTA 비준 촉구와 쇠고기 파동 유감 표명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이날 담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총 9차례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4차례가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해에 집중됐다. 특히 지난해 4월2일 TV생중계를 통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의 주제는 이날 이 대통령의 담화와 비슷한 `한미FTA 타결 촉구'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에 대한 입장'이었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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