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는 공무원'이란 말, 못견디게 괴로웠다"

김보리 2008. 5. 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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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윤철 감사원장, 사의표명하며 '소신 발언'

- '코드감사'비판에 "억울하고 분하다"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전윤철 감사원장이 13일 사의를 표명하며 40여년 공직생활의 감회와 그동안 쌓아놓았던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전 감사원장은 최근 정부 교체기에 일부 언론에서 공무원을 가리켜 '영혼이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웠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또 최근 제기된 감사원의 '표적감사' 논란에 대해서는 "억울하고 분하다"는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 `영혼없는 공무원` 비판에 "벙어리 냉가슴 앓았다"

전 원장은 국가 경제발전에 공무원들이 기여한 점을 열거하며 "공직자들에게 '영혼이 없는 공직자'라고 몰아부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은 새 정부 들어 공직자들이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태도를 꼬집어 했던 비판이다.

▲ 전윤철 감사원장

전 원장은 "언론에 비친 내 자화상이 어쩌면 영혼없는 공직자 상이었다"라며 "영혼없는 공무원 얘기에 대해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 전엔) 나와 연계돼 있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면서 지금껏 아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국가경쟁력을 강화한 데는 재벌이 큰 역할 했지만, 재벌이 (그처럼)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여건을 만들어준 것은 공직자들"이라며 "개발시대부터 이렇게 살아왔는데 언론에서 영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못 견딜 정도로 괴롭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 '코드감사' '표적수사' 비판엔 "억울하다"

전 원장은 그동안 감사원에 대한 이른바 '코드감사'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란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혁신도시 등 참여정부에서부터 추진해왔던 사안에 대한 표적감사 시비와 관련, "그동안 요로에 여러가지 부탁을 하고 있다거나 통상적인 감사를 하고 있음에도 언론에서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받아 억울하고 분했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영혼없는 공직자', '양지를 좇아다니는 공직자', '코드에 맞춘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당황스럽고, 억울하기도 한 심정을 이제 솔직히 털어놓는다"며 "내가 코드에 연연했다면 3대 정권을 거쳐 요직을 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코드를 맞추면 언젠가는 원칙없는 공직자로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이 실증적 사례 봐서 알 수 있지 않냐"며 코드 인사에 대한 지적을 받아쳤다.

◇ '소신'과 '성실'의 40년 공직생활 "여한 없다"

전 원장은 또 40여 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사무관 생활을 8년 9개월간이나 했다, 당시 사무관 생활을 4,5년 하는 것이 추세였는데 나는 남의 두 배를 했다"며 과거 공직 입문할 시절을 회상했다. 사무관시절부터 '윗사람 눈치' 안보고 소신껏 공직생활을 해 왔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

또 "지난날 회고하면, 자장면과 소주로 배고픔 달래면서 살아왔다"며 잦은 야근과 격무를 견뎌냈던 과거 생활을 회상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오랜 공직자 생활의 마감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가끔 제 연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는데 분들이 있는데 제 연금이 대한민국 공직자 중 가장 많다"고 답했다.

누구보다 오랜 공직생활에다 총리를 빼면 감사원장이 사실상 최고위직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누릴 연금이 충분하다는 말이지만, 한편으론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원장은 마지막으로 "공직자로서 여한도 없고, 또 새로운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수행은 새롭게 팀을 만들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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