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뒷북 해명 '광우병 공포' 없애기엔 역부족

입력 2008. 5. 3. 02:53 수정 2008. 5. 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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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을 잡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팔을 걷어 부쳤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따른 광우병 위험 논란에 '끝장 토론'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아가며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광우병 괴담'을 감당하기 힘들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이 극도로 예민해진 국민들의 광우병 공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굳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만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 정부 "한국인 광우병 걸릴 확률 높은지 규명 안돼"

"美는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 인정받았다""미국인도 먹는데 왜 우리 국민은 못 먹나"

정부는 인터넷 등을 통해 광우병 위험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자 2일 긴급 기자 브리핑을 갖고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제기되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한 것은 "국제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미국의 경우 동물성사료 제공 금지 조치가 시행된 1997년 8월 이후 태어난 소에서 아직 광우병이 확인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금까지 3건의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금지 조치 이전에 태어났거나(2건) 외국에서 수입된 소(1건)였다는 것이다.

모든 미국인들이, 또 미국 여행객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반박 논리 중 하나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이 먹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문제를 삼느냐"는 것이다. 곰탕, 설렁탕 등 뼈를 고아서 먹는 우리 식습관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또한 뼈를 우려낸 육수를 수프나 스테이크 소스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간 광우병(변이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일부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정확히 규명된 바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 소 사이에는 종간 장벽이 존재해 광우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려면 소보다 많은 양의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포한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가 1년 후에야 이행되는 것에 대해선 "이미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에 대해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인정한 만큼, 기존 조치만으로도 광우병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 민간전문가 "美 광우병 3건 발생은 0.1%만 조사했기때문"

"정부, 美쇠고기는 안전하다는식 태도 버려야""100% 안전하지 않다면 국민 건강 볼모 안 된다"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괴담'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부 역시 "사실상 안전하다", "100%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라는 등 강한 확신 보다는 방어 논리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스스로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굳이 남의 나라의 위험에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내맡겨야 하느냐"고 무책임한 정부 태도를 질책하고 있다.

변혜진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정부는 미국이 OIE 기준에 의해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정을 받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광우병위험통제국은 광우병이 없는 나라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변 국장은 특히 "OIE 자체가 미국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곳이어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영국과 달리 광우병이 3건 밖에 발생하지 않았고, 인간 광우병도 정확히 확인된 바 없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유럽은 전수 조사를 하지만, 미국은 0.1%밖에 조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잠복 기간이 10년 가량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쇠고기를 통한 인간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일반인들이 확률이 지극히 낮은 광우병 우려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느끼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 역시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에 대해 안전하다는 식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보건 합동 기자회견, '광우병 우려 근거없다'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컨퍼런스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에 대해 안전하다"고 말했다. 재협상 가능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이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박탈당하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어렵다"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한국아이닷컴 김동찬기자 dc007@hankooki.com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 열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 3만여명은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우병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 한국아이닷컴 김동찬기자 dc007@hankooki.com

이영태기자 ytlee@hk.co.kr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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