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다툼·리더십 부재..따로 도는 '국정 두 축'

2008. 4. 28. 03: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용 정권'의 초기 국정이 항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국정의 두 축인 정부와 한나라당이 '당·정·청 일체' 선언과 달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감세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다. 급기야 청와대가 27일 "추경을 하지 않겠다"고 정리에 나섰지만, 이미 당·정의 갈등은 위험수위에 달한 기류다.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당·정의 힘겨루기에다 여권 지도부의 리더십 공백, 미약한 정무기능 등이 총체적으로 빚은 난맥상이다. 그 댓가는 정부 신뢰도 저하와 경제의 주름살로 나타나고 있다.

◇ 충돌하는 당·정=당정의 현주소는 단순히 '불협화음'을 넘어 갈등 양상이다. 당정은 지난 23일과 26일 두차례나 4월 임시국회 입법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뜻이 맞는 것보다 맞지 않는 것이 더 많은 현실만 확인했다. 이견을 거듭하자 26일엔 "공무원들이 여전히 노무현 정권의 좌파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는 감정적 비난으로 번졌다. 권경석 수석정조위원장은 회의후 "당정협의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정부측 의견을 듣는 수준"이라며 "이제 정부와는 협상할 일 없다"고도 했다. "여당으로서 무조건 정부를 편들어 준다고 생각하면 오산"(18일 고위당정협의회·강재섭 대표),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3무론'(이한구) 등 잇단 경고음의 연장선인 셈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뾰루퉁한 모습이다. "10년 만에 여당에 복귀한 한나라당이 정책 결정에 지분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정부 관계자)고 최근 갈등을 국정주도권을 겨냥한 '힘겨루기'로 파악하는 기류다.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자 이 대통령이 나섰다. 이대통령은 지난 24일 제1차 국정과제 보고회에서 "이제 우리는 야당이 아니고 여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데 이어, 이날은 '추경'을 백지화하면서 일단 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 혼선의 원인은=당·정·청 불협화음은 무엇보다 리더십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핵심은 국정의 중심인 이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다. 연일 "정치 논리로 봐선 안된다"고 '경제'를 앞세우지만, 정작 그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 모델'은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다. 정치적 리더십이 없는 국정은 일방통행식 '통치'일 뿐이다. 실제 최근 추경,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 0교시 수업 등 정부의 정책발표에 대한 당의 불만은 심각하다. 그 점에서 여권의 정무기능 부재와 그로 인한 여권 내부의 권력 알력 양상도 감지된다.

정부의 '편의주의', '부처 이기주의' 요소도 없지 않다.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 관련법에 대한 재정기획부·지식경제부의 난색이나 군 가산점을 둘러싼 국방부·여성부의 힘겨루기 등이 단적이다. 남는 세금을 대선공약인 감세보다는 당장 손쉬운 추경에 쏟아붓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중재에 나서야할 강재섭 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사실상 역부족의 상황이다. 정치적 무게감 부족이다. 결과적으로 '당정분리'를 내세운 참여정부의 당·정·청 컨트롤 타워 부재와 혼선의 복사판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혼선의 밑바닥엔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뭐가 다른지 빨리 보여주고 싶다"(이한구)는 강박증이 크다. 이는 관료들을 경직시키고, '상반기중 규제 절반 손질'과 같은 충성경쟁으로 내모는 토양인 때문이다.

◇ 문제는 경제=당·정 혼선의 결과는 경제에서부터 나타나는 흐름이다.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나쁜 0.7%P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4분기 이후 1.0∼1.7%P를 유지하던 성장세가 갑자기 뚝 꺽인 것이다. 뉴타운 소동속에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지면서 땅값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경제 살리기'를 집권 명분으로 한 이명박 정부로선 비상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을 둘러싼 '감세니, 추경이니' 하는 당·정의 대립은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떨어트리고, 다시 정부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악순환의 양상이다.

한성대 김상조교수는 "이명박 정부도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심어주지 못해 경제주체가 적극 경제활동에 기여하지 못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운용 기조·방향에 대해 아직 합의를 하지 못해 엇갈리는 시그널을 주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 김광호·선근형기자>

[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