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연대 비례대표 하는데 20억? 좀 깎자"양정례 '공천헌금' 의혹정황 담긴 육성증언

2008. 4. 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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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비례대표 공천 헌금 의혹을 받고있는 양정례 친박연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제공

검찰이 거액의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양정례 친박연대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정치권의 한 인사에게 "내가 (당에) 얼마나 주면 될까"라고 물으며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의 측근 손아무개씨에게 소개하는 등 사실상 공천을 중개한 이아무개씨가 "20억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대답하자, 김씨는 "내가 돈이 없어서 좀 깎아야겠다"며 거액의 공천헌금에 부담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씨의 육성증언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이는 양 당선자측에서 친박연대에 빌려줬다는 15억5000만원이 '차입금'이 아닌 '공천헌금'임을 보여주는 증언이어서 주목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단체와 자유선진당 쪽에서 활동해온 이씨는 지난 22일 검찰에 소환돼 "양 당선인과 어머니 김씨를 친박연대 손아무개씨에게 소개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억원은 비싸다고 했으니까, 15억원은 냈겠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비례대표 공천을 중개한 이씨와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던 A씨가 나눈 대화내용이 담겨 있다. 대화의 시점은 비례대표 공천파문이 터져나온 4월 중순께. 따라서 이들의 대화내용은 양 당선자의 비례대표 공천 막전막후를 짐작케 한다.

양 당선자와 그의 모친 김씨를 서청원 대표의 측근 손아무개씨에게 소개한 이씨는 "지난 3월 24일 오후엔가 김순애씨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친박연대 비례대표에 대해 아느냐'고 묻고는 '내가 서청원 대표에게 직접 얘기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즉, 이씨가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하고 있던 서청원 대표를 만나게 해주면 자신이 직접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이씨는 서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아무개씨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이씨는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김순애씨가 출마할 걸고 알고 (서 대표쪽에 소개)해줬는데 나중에 딸로 바뀌었다"며 "김씨가 손씨를 통해 서 대표를 만났는데 서 대표가 김씨의 비례대표 공천에 난색을 표하자 그 때부터 딸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처음에 김순애씨가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면) 내가 얼마나 주면 될까'라고 묻길래 내가 '20억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얘기해줬다"며 "그런데 김씨는 '나는 돈이 없어서 좀 깎아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연대 측에서 주장하는 특별당비) 1억100만원만 가지고 비례대표(1번)를 줬겠느냐"며 "김순애씨가 20억원은 비싸다고 했으니까 15억원 정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은 10억, 5번은 5억, 7·8번은 2억~3억"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당비와 허위학력, 허위경력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양정례 비례대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비례대표 공천파문이 터진 이후 친박연대 측은 "양 당선자가 특별당비로 1억100만원을 냈고, 그의 모친인 김순애씨로부터 TV·신문 광고비 명목으로 15억5000만원을 빌렸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녹음파일에서 이씨가 증언하고 있는 내용을 헤아릴 때, 친박연대가 차입했다는 '15억5000만원'은 양 당선자측이 '따놓은 당상'이라는 비례대표 1번 공천을 대가로 당에 지원한 돈으로 보인다. 즉 사실상 공천헌금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씨와 함께 대화를 나눈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자인 A씨는 "당의 한 인사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 전에 나를 불러 '회장님, 비례대표 1번 하려면 지금 10억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나는 당장 돈이 없어서 '비례대표 5번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럼 당장 5억원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내가 다시 '7번이나 8번은 어떠냐'고 했더니 그 인사가 '그 번호도 다 2억~3억씩 내는 걸로 정해졌다'고 해서 '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비례대표 공천을) 발표하기 전까지 1원 한 장 안 준 사람은 (당선권에서 벗어난) 후순위에 배치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A씨는 "우리 당에 돈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한나라당 의원인) B씨가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고) 돈을 내기로 했는데 중간에 발을 빼버렸다"고 말했다.

김순애씨, 아들의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공천도 타진?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양 당선자의 모친인 김순애씨가 자유선진당에도 아들의 공천을 타진했다는 점이다.

이씨는 "내가 (친박연대 쪽에 김순애씨를 소개하기 전에) 김씨에게 전화해서 '밤낮으로 현장에서 고생해 돈 벌었으면 이제는 정치 한번 해보라'며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권유했다"며 "그런데 한 달 뒤 김씨가 아들의 이력서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이력서를 보니까 38살이고 연대 법대를 나왔다더라"며 "(자유선진당의 인사인) P씨에게 이력서 등 서류를 줬는데 공천신청이 너무 늦어서 안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내가 김씨에게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4번을 받으려면 30억원은 내야 하고, 공천을 못 받으면 돌려준다고 한다'고 얘기했다"며 "김씨가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서 (공천서류 등을) 보냈는데 시기가 너무 늦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의 언론보도와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24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검찰조사에서도 "양 당선자와 어머니 김씨가 자유선진당에도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했지만 공천이 완료돼 친박연대 손아무개씨에게 소개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후보자였던 한 인사는 "김순애가 30억원을 제시하며 아들의 비례대표 4번 공천을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료. 양정례씨의 경력사항에 '현 박사모 여성회장'이 기재돼 있다.

ⓒ 오마이뉴스

한편, 23일 검찰에 출두해 장시간 조사를 받은 양 당선자와 그의 모친 김순애씨는 여전히 핸드폰을 꺼놓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또한 녹음파일의 내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이씨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당시 대화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녹음파일 내용은 이씨와 A씨가 얘기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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