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 10년 심판.. 보수체제 장기화될 것"

2008. 4. 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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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이한구 정책위의장, 비례대표 후보들과 과반 의석 확보를 자축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자신의 권력영토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남·북과 제주도를 제외하고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휩쓸었다. 그리고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면서 10년간의 민주파 정부 시대를 마감시켰다.

게다가 어제(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거대여당'으로 올라섰다. 범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선진당·친박연대 등까지 합치면 개헌 가능 의석인 200석에 육박한다.

중앙의 의회권력과 지방권력 등이 모두 '보수 천하'가 된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보수세력의 독점적 지배체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보수 패권시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보수의 가치가 시대정신임을 보여준 선거"... 미국식 양당체제 전망도

보수진영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세계적인 보수화의 흐름이 한국에 상륙했다"며 "이러한 흐름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은 진보정권 10년의 실패를 심판한 것"이라며 "이것은 유권자의 일시적 판단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축적돼온 것이기 때문에 보수독점체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탈락한 것을 보면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전 대표의 위력이 발휘된 선거"라며 "특히 80년 이후 한나라당이 수도권에 기반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홍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가치를 공유하고 유대감이 강한 세력이 아니고 진보로부터 도전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부분열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어떻게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안정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학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실장도 "이번 선거는 보수의 가치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얻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보수정당이 차지한 의석까지 합쳐 (보수정당의) 전체 의석이 200석에 가깝다는 것은 보수화라는 시대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며 "이러한 보수화 흐름은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급진 좌파 이념을 가진 정당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 통합민주당 좌파 정도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정당체제가 '미국식 보수양당체제'로 개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특히 "지난 20년 동안 시도했던 대중적이고 독자적인 진보정당 건설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진보진영 일각의 분석과도 일치해 눈길을 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교수(선진화국민회의 공동대표)도 "보수와 진보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거치면 한국도 (미국식) 양당체제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홍진표 사무총장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식 양당체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동안 우위를 지켜왔던 수도권에서 후퇴했고 당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진 정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한나라당도 '보수 우위'라는 호조건 속에서도 내부분열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양당체제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도봉갑에 출마한 뉴라이트 출신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가 9일 당선이 확정되자 부인 임혜령(오른쪽)씨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정원

"뉴라이트 인사 정계 진출은 대단히 바람직"

또한 박세일 교수는 "전반적으로 보수가 많이 늘어나고 커졌다"면서 "하지만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보수가 개혁적이고 진취적인 보수로 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 진보는 잘못된 정책과 철학을 가지고 아젠다를 다루어 왔는데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그것은 노(no)'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보수한테도 힘을 밀어주긴 했지만 '옛날식 보수는 안되니까 새로운 보수, 미래지향적인 보수를 모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교수는 "보수가 개혁적 보수로 거듭난다면 (보수체제가)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 뒤 "진보나 보수는 머리 굴릴 것 없이 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현재의 보수나 진보는 시대적 과제를 풀만한 세력으로서는 약하다"며 특히 "보수는 이번에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이번 총선에 뉴라이트계열 인사들이 의회에 진출한 것과 관련 "그들은 보수가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들"이라며 "그들의 정계 진출은 대단히 바람직하고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표 사무총장도 "이들이 어려운 가운데 정계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들은 한나라당의 국정운영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 8명의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총선에 출마해 4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서울 도봉갑에서 김근태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고,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고문은 인천 남동을에서 이원복 전 의원을 꺾었다. 김성회 뉴라이트경기안보연합 상임대표와 장제원 뉴라이트부산연합 공동대표도 각각 경기 화성갑과 부산 사상에서 무난하게 당선됐다.

반면 권용범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대구 달서을), 채경근 뉴라이트장흥 대표(전남 장흥·강진·영암), 정재량 뉴라이트학부모연합 전국 공동대표(비례대표)는 금배지 도전에 실패했다.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던 장재완 뉴라이트국민연합 상임대표는 중도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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