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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현실로…박근혜의 힘

국민일보 | 입력 2008.04.10 01:40

 




'박근혜'로 시작해서 '박근혜'로 끝난 선거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침묵의 정치'를 통해 박근혜의 힘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며 침묵했지만, 그의 침묵으로 결국 총선 판도는 뒤바뀌었다. 그가 '살아 돌아오라'며 떠나보냈던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 대부분은 친박연대와 무소속으로 출마해 9일 극적으로 생환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의 텃밭 영남에서 박근혜의 힘이 증명됐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운영에 있어 '까칠한 박근혜'와 다시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다.

영남권 박풍 거셌다=영남의 '박풍(박근혜 바람)'은 매서웠다. 부산에서는 친박 좌장격인 김무성(남을) 의원을 비롯해 유기준(서구) 의원과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금정)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가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동래와 연제구, 수영구에서는 전직 구청장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진복 전 동래구청장과 유재중 전 수영구청장은 무소속으로, 박대해 연제구청장은 친박연대로 나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홍사덕 친박연대 공동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그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공천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 대표 지역구인 대구 서구로 출마했다. 홍 위원장은 이번 압승으로 친박연대과 본인의 체면을 살린 것은 물론, 정치적인 재기에도 성공했다.

달서 갑·을·병에서도 박종근 의원, 이해봉 의원과 조원진 친박연대 후보가 당선됐다.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과 김태환(구미을) 의원도 박풍에 힘입어 살아남았다. 친박연대는 영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승전보를 알리며 활약했다. 당내 친박계 30여석에 당 밖의 친박연대와 무소속 당선자 등 10여석 정도를 합친 50여석 규모의 범박근혜계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복당이냐, 탈당이냐=박 전 대표는 개표 결과 직후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된 분(친박 후보)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 후보들의 복당을 지원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 얘기는 나중에 하죠. 아직 선거도 다 안 끝났는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TK지역 친박 인사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아무래도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당장 이들의 복당 문제는 당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복당하겠다. 곧 박 전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복당 의지는 확고한 상태다.

당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이 170석 정도의 압승을 거뒀다면 모르지만, 불안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이들의 복당을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복당은 없다'고 장담하던 이방호 사무총장은 물론 박 전 대표와 내내 각을 세웠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낙선했다.

이들의 복당 여하에 따라 박 전 대표의 거취 또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복당한 뒤 당 개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전 대표 당권경쟁 나설까=박 전 대표의 당권 재도전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결과로 조기 당권 경쟁 체제로의 돌입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대리인을 내세우지 않겠냐는 관측이 좀 더 많았다. 하지만 친박계의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던 강창희 전 최고위원의 낙선으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더군다나 대통령 직계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낙선으로 친이 세력마저 구심점을 잃었다.

이런 마당에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급부상은 결코 달갑지 않다. 차기 대권까지 꿈꾸는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이번 당권 도전이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측면 지원까지 등에 업는다면 날개를 다는 셈이다. 이번 전대가 사실상 차기 대권주자간의 예비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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