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시대 개막 ① 정국 주도권 잡은 한나라당] 23년만의 국회 장악.. 당내 갈등 수습 숙제

입력 2008. 4. 9. 20:05 수정 2008. 4. 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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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 우뚝 섰다.

공천 갈등으로 인한 분열 양상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을 안겨준 것이다. 이로써 짧지만 여소야대의 불안정성을 경험했던 한나라당은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거대 여당으로 거듭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갖는 정치사적 의미와 영향은 작지 않다. 우선 정치 지형의 지각변동을 꼽을 수 있다. 실용으로 재무장한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에게 내어준 의회 권력을 4년 만에 되찾았다. 보수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국회를 장악한 것은 1985년 민정당 이후 23년 만이다. 물론 1990년 인위적인 3당 합당에 의해 218석이나 되는 거대 여당 민자당이 탄생, 국회를 장악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은 과반에 못 미치는 149석을 얻는데 그쳤다.

보수정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단순한 의회 권력 장악 차원을 뛰어넘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 권력과 지방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차지함으로써 여권은 말 그대로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여소야대 국회의 벽을 경험했던 한나라당으로선 각종 정책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당장 현 정부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각종 법률 제·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대운하와 건강보험 민영화 등 논란이 많은 정책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도 예상된다. 나아가 개헌도 시도할 수 있다. 개헌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원내 200석 확보는 못했지만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들과 힘을 합칠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수 진영은 상호주의적 대북정책, 방송·통신의 융합 등에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같이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보수 대연합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앞에 놓인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소수가 됐지만 더 똘똘 뭉칠 통합민주당과의 대야 관계를 원만히 끌고 나가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정치권에선 대야 관계보다는 당내 갈등 수습 여부가 향후 한나라당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장 당내에서는 지난해 경선부터 시작된 친이계인 신주류와 친박계로 대변되는 구주류의 마지막 전쟁이 예상된다. 신주류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도 수도권 지지가 압승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영남을 기반으로 한 구주류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주류는 구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이명박 브렌드'로 자력 과반수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리더십 장악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당권까지 신주류가 장악하게 되면 당내 상황은 '친이 친정체제'로 급속히 재편된다.

그러나 신주류의 당 장악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와 친박 세력의 입지가 위축됐다고 하나 여전히 당내 한 축으로 건재하다. 당장 이들의 싸움은 친박 탈당파들 복당 허용을 놓고 첨예한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표면화돼 7월 전당대회 전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나타났던 친이계 내부 실세들간 분쟁 양상까지 나타나면 상황은 더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이 같은 당내 갈등이 계속 부각될 경우 한나라당 과반 의석 확보의 의미는 급격히 퇴색할 수 있다. 일례로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놓고 당내 반대세력과 야권의 연대가 꾸려질 수 있는 상황도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계속된 당내 갈등은 가치와 내용 없는 분열과 새로운 정치세력 만들기에 실패한 보수세력의 위기는 급속한 민심 이반으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 갈등 수습은 원내 제1당이 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력을 검증받는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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