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 대통령 '보이지 않는 손'에 갈등 폭발

2008. 3. 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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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나라 '권력투쟁' 격랑 속으로 ■4·9 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23일 동시에 터져나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 이명박계' 수도권 공천자 40여명의 지도부 사퇴와 청와대 사과 요구 등은 이명박 정부 한 달 동안의 '전횡'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계파를 떠나 이대로는 총선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분출된 것이란 분석이다. 강 대표의 후보 사퇴 효과가 의문시되는 것도 원인이 이 대통령에 있기 때문이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회견에서 겉으론 강재섭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으나, 궁극적인 비판의 날은 이 대통령을 향해 세웠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자랑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라며 '이명박 배후설'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당헌에 규정된 당-정 분리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 셈이다. 그는 또 "결국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다"고까지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월 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신을 속인 사람은 이 대통령이고, 공천 파동과 당 개혁의 후퇴 역시 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는 또한 박 전 대표가 총선 뒤 당 개혁의 기치를 앞세워 '당내 야당'으로서 이 대통령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출로도 보인다.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 뒤 이어 심재철·공성진·박찬숙 의원 등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 40여명이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 역시 초점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맞춰졌다. △청와대와 당지도부의 대국민 사과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한 이들의 배경 역시 청와대의 잇따른 인사 파동과 공천 개입설로 수도권 민심이 급격히 악화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5선의 김덕룡 의원 역시 이날 불출마 선언문에서 "공천 과정뿐 아니라 인수위 운영, 정부 구성과 관련해 국민이 당과 이명박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며 "이상득 부의장의 공천 반납이 사퇴수습의 첫걸음"이라고 진단했다.이날 저녁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가 공천 반납을 했으니 더는 공천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말자"는 긴급기자회견의 '약발'이 의문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비례대표 명단을 당에 내려보내는 등 당청 분리의 기본원칙도 무시한 황제적 국정 운영을 비판한 것인데 왜 엉뚱하게 대표가 나서느냐. 꼬리 자르기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득 부의장 쪽은 이날도 "(출마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계파를 넘어선 당내의 문제 제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한 달 만에 자신의 국정 운영과 지도력 빈곤에 관한 반발이 당내에서 직접적으로 불거진 탓이다. 특히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한 수도권 공천자 가운데는 정두언 의원과 권택기, 정태근, 백성운, 오세경 후보 등 이른바 자신의 직계들도 포함됐다. 당 내홍이 수습되지 않고 총선 과반 실패라는 결과까지 나온다면 이 대통령은 집권 두 달도 안 돼 국정 운영의 동력을 급격히 잃을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선 벌써 "과반은 물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반전을 위해 이 부의장의 공천 철회나 자진 반납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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