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식 몰아붙이기 경제운용 논란.. 위기 강조로 불안감 확산 물가 대책은 반시장적

2008. 3. 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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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시장친화적 정책을 강조했던 새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오히려 반시장적이고, 목표지향적 기업 경영을 지나치게 닮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부 만능주의' 오류에 빠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든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위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위기'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환율 폭등이 해외 요인이 아니라 국내 요인이었다면 18일 외환시장을 엄청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발언이다. 1997년 1월 말 김영삼 정부 당시 이석채 경제수석이 "은행이 망해도 정부는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외국 은행들은 곧바로 한국계 은행에 빌려준 돈을 회수했고, 이는 외환위기를 앞당긴 요인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 딜러는 "마치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에 과도한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경기침체(recession)라든가 위기라는 발언을 삼가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계속 언급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고 충격요법을 동원했다. 또 물가 대책은 반시장적이고 '어설픈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 매점매석 단속, 50개 생필품 관리 등 대통령과 정부가 내놓은 물가대책은 변화된 한국 경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자유화되고 대외 개방도도 높아진 상황에서 소위 '단속경제'로는 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에 직접 개입하면 시장가격이 왜곡되고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며 복잡다단한 대내외 상황,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을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이 마치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국가경제를 지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 상황을 강조해 나빠진 경영 상황을 뚫고나가는 방식은 기업 CEO들이 즐겨 쓰는 수단이다. 하지만 국가 경영을 책임진 최고지도자는 피해야 할 방식이다. 최고지도자가 위기를 언급하면 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증폭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기업처럼 CEO가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임직원이 합심해 추진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며 "정책 목표간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모르는지 이 대통령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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