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자 "'지팡이로 특검저지' 심재철의원 잘했어"
"아주 잘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소위 '이명박 특검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벌인 심재철 의원에게 한 말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1일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서 "누가 지팡이를 들고 있길래 저 나쁜 놈이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우리 당 심재철 의원이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아주 잘 했다 했다. (처음엔) 욕하다가 나중엔…"이라고 심의원을 '치하'했다. "(몸싸움 때) 누군지 몰라도 확 날아가더라"는 말엔 안상수 원내대표가 "팔팔 날던 인물은 임해규 의원"이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좌중을 웃긴 이 '뼈있는' 농담 속엔 특검법에 대한 이당선자의 불편한 속내가 담겨 있다. '전면 수용'이라며 통 큰 결단임을 강조했지만 특검 수용이 사실상 궁여지책이었던 데다가, 이당선자 입장에서 특검 수사 자체가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이당선자가 피의자인양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못마땅한 일이다.
근래 특검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대응 과정도 이 당선자의 심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검 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하고, 지난 31일 한나라당이 이명박 특검법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심(李心)'이 작동한 것으로 볼만하다.
한편으로 새 해 첫 날 심 의원의 '투쟁'을 공개 치하한 것은 당내에 충성을 촉구한 것이란 풀이다. 같은 자리에서 이 당선자가 "뒤에서 수근수근 대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두 차례나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의 경고로 볼 수 있다.
〈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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