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일상화' 정착..사회전반 변화 불가피"

2007. 12. 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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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결과 이렇게 본다…전문가 3인 좌담-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막을 내렸다. 실용을 앞세운 이명박 신보수주의 정부의 등장은 정치·경제·교육 등 한국 사회 전반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 1987년 직선제 이후 여야 후보간 최대 득표차 기록 등 대선 표심에 담긴 국민의 목소리엔 새겨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경향신문은 20일 이번 대선에 대한 엄정한 분석과 함께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내년 4월 제18대 총선을 포함한 향후 정국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강원택 숭실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참여했다.

▲대선결과를 어떻게 진단하나…盧정권 실정 심판·이념 퇴색

강원택 교수=핵심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대단히 깊었다는 거다. 노정부의 정책 실패나 국정운영 스타일과 언행 등에 대한 불만, 소외감들이 표로 나타났다. 노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두 번째는 민주화 20년이 지나면서 이념적인 부분은 퇴색하고 실용성이 유권자 판단에 더욱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김민전 교수=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점을 실감했다. 과거 정치인과 유권자간 힘의 관계에서 정치인이 우위였다면 지금은 뒤바뀌었다. 정치권, 특히 여권은 이번에 정치개혁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과거 추억에 사로잡혀 공학적인 접근만 했다. 반면 유권자는 까다로운 유권자로 주목할 만한 발전적 변화를 이루어낸 것 같다. 한국 정치의 병폐인 지역주의나 세대, 이념 갈등을 극복해가는 것 같다.

김형준 교수=나중에 사후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이번 선거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기존 정치 지형을 깨뜨리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선거)로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 중대 선거 요건이 3가지인데, 하나는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도 흐름에 큰 변화가 왔다. 20대 초반이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 세력이 보수 후보인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나타났다. 비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형 리더가 등장한 것이다. 또 시대정신이나 국가 과제에 부합할 수 있는 이슈가 경제로 맞춰지면서 중대 선거의 기틀이 형성되었다. 실질적 의미의 정권교체가 2번 이루어지면 민주화가 공고화된다고 하는데 이번 선거로 2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정권교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정치의 일상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 최대 승인은…경제이슈 초반부터 장악 주효

강원택=경제 이슈를 초반부터 장악한 것이 주효했다. 또 과거 보수가 갖고 있던 부정적인 부분을 탈색한 것이 한몫했다. 이 당선자가 내세우는 보수는 냉전, 이념지향적 속성이 빠져 있다. 실용적 특성을 강조하다보니까 온건 보수적인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 과거의 노무현 지지자들마저 거부감을 크게 느끼지 않게 된 배경이다.

김민전=진보 10년, 노정부 5년 말고 다른 대안을 가져보자는 선거 구도가 한나라당에 유리했다. 중도 이미지를 선점한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다른 후보들이 경제 이야기해도 안 먹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 이후보가 CEO 출신이면서도 서울시장 등의 정치적 경험 있었다는 게 선거운동 적응에 쉬웠을 것이다.

김형준=지난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비주류, 실질적인 비영남 세력이었던 이후보가 당선됐던 것이 압승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이후보의 경선 승리는 한나라당이 과거의 수구보수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은 배경이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이었다. 섣부른 참여정부와의 차별화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고 본다. 노대통령 지지층이 10~15%인데 이들이 선거에 무관심해졌다.

이회창 후보가 나왔을 때 정후보가 3위로 밀리면서 보수 대 보수 구도가 만들어졌다. 위기감 속에서도 BBK 한방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에 후보 단일화 등을 등한시했다.

▲이변 연출할 변수 없었나…신당 전략부재에 시간 부족

강원택=이 당선자에겐 운도 많이 따랐다. 어려운 고비마다 관심 끌어가는 이슈들이 터져나왔다. 탈레반 피랍사건, 신정아 사건, 삼성 의혹 등 연이은 상황적 요인들 때문에 부패와 반부패 등 구조적인 어젠다에 대한 갈등은 없어졌다. 이번 싸움이 만약 공약 중심으로 갔다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한반도 대운하가 논쟁이 되었을 것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경우 지배 권력 내에서도 피로감이 생겼던 것 같다. 권력에 대한 절박감, 권력의지가 약화됐다.

김민전=운도 계속되면 실력이다.(웃음). 도움되는 사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게 없었다하더라도 흐름이 바뀌었겠는가. 만일 BBK 의혹 같은 문제들이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에 일어났다면 판단 기준이 달라졌을 것이다. 서울시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BBK는 서울시장 재직 전의 일이었다. 과거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가혹하게 검증했던 국민들이 이 당선자에 대해서는 관용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김형준=신당은 단기적인 전술은 있었지만 승리의 근본 전략은 없었다. 정후보 패배는 미숙한 선거 전략이 가져온 재앙이라 본다. 정후보는 3가지 딜레마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참여정부 계승하려는 것인지 넘어서려는 것인지, 중도인지 진보인지, 단일화하려는 건지 독자로 가려는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 문제이기도 한데, 8월에 창당하고 10월에 후보 만들어서 2개월 안에 무슨 전략, 공약을 가질 수 있겠나.

▲이번 대선 아쉬운 점은…토론 없어 국정 합의과정 실종

김형준=선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번 선거에선 어떤 국정 방향으로 갈 것인지 합의하는 과정이 상실됐다. 범여권의 두 가지 큰 착각이 있었는데 유권자들이 부패한 후보는 안 찍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 한 방이면 갈 수 있으며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생각 때문에 당을 깨고 급조했다. 선거법을 개정해 최소한 대선 6개월 전에는 후보선출 등을 하도록 제도화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는 무정책, 무토론, 무관심의 3무 선거이기도 했다.

김민전=정당 정치의 붕괴를 짚지 않을 수 없다. 민주의식이 성숙되었다지만 상대 정당과 정치를 같이하고 공존한다는 의식은 아직 너무 부족하다. 보수세력이 2002 대선의 노무현 당선에 심정적으로 승복 못한 것이 탄핵으로 나타났다. 이번 BBK 특검도 결과에 승복 못하는 탄핵과 비슷한 심리적 구조를 가진 것이다. 상대가 당선되면 망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공포 마케팅'은 벗어나야 한다.

강원택=우리가 뽑을 지도자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에 임하는 게 큰 문제라 본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한반도 대운하 등 정책과 나중에 예상되는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토론, 논쟁이 거의 없었다. 정후보 측은 의혹, 검증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후보들이 정작 되면 어떤 걸 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전망…7월까지 박근혜와 함께 갈듯

김민전=대선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나눠지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당선자가 과거 대통령들처럼 '대통령 당' 만들기에 나서면 정치적 변동, 이합집산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민주적 공천 원칙을 지키면서, 이명박계가 특별히 독식하는 모습을 안 보이면 이번 대선 결과가 총선 결과로 연결되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국정 운영은 편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내년 4월9일에 총선이 있고, 7월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다.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게 실용인데 스스로 정치 과잉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중심 세력을 만들고 싶은 유혹은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와 갈등하고, 박전대표가 다른 길을 택하면 엄청 어려워진다. 7월까지는 박전대표와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갈 것이라고 본다.

강원택=이명박 당선자가 CEO형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주 말해왔는데, 신선하게 받아들인 건 사실이다. 문제는 정치적 지도자로서 대통령 지위와 기업 총수로서의 CEO 역할은 다르다는 것이다. 기업에서야 수익, 결과가 중요하지만 정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능률과 효율, 실적만을 강조하는 CEO형 리더십이 불필요한 갈등, 많은 적을 만들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여의도식 정치를 탈피하겠다면서 정당에 대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형태로 가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 CEO형 리더십을 지나치게 정치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또 다른 형태의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새겨야 할 점…직전 정부 무조건 부정은 위험

김형준=대통합신당이 대선에선 참패했지만 여전히 원내 제1당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차기 정부는 참여정부의 상징적 정책들이라 할 부동산, 대북, 교육 정책 등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만일 전면적으로 부정하면 똑같이 매몰된다.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부터 건드리면 갈등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정책을 손대더라도 너무 급격하게 부정하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집권 첫해 동안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지 못하고 정치과잉으로 간다. 참여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면 안된다.

김민전=부시 행정부가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가능성 높아지는데, 왜 망했는지 그 이유를 따지면, 'ABC(Anything But Cliton·클린턴 정부와는 무조건 다른 정책을 채택한 부시 정부의 기조)가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된다. 새 정부도 유심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역대 정권들을 보면 직전 정부와 차별화에 너무 매몰된 측면이 있다. 굳이 차별화하는 게 성공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 당선자가 과거 "참여정부의 로드맵은 좋은데 실현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마음이 변치 말아야 한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그 내용에 들어가면 이 당선자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부동산, 교육 관련 이슈들은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규제 개혁, 정부 개혁은 갈등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데 정부개혁을 먼저 하는 게 공감을 얻으리라 본다.

강원택=선거 과정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정책을 쏟아내는 것인데, 책임 질 수 없는 것도 많다. 이제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별해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패배진영의 향후 진로…새 진보담론 필요…昌창당 확실

김민전=대통합신당은 진보 담론의 한계에 도달했다. 새로운 진보가 무엇인가, 세계화 바뀐 환경에서 찾아내야 할 고민과 담론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열해도 다시 무조건 합치는 것보다는 새로운 담론을 찾아내는 데 몰두하는 게 필요하다. 이회창 후보는 창당을 강행할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에서 2004년 민노당 의석(10석) 정도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민노당은 내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지지세력을 확대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

강원택=내 생각엔 이회창당은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할 것으로 본다. 사안별로 한나라당과 협조하면서 대북 정책은 독자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대통합신당이 만일 총선을 앞두고 분열할 경우 궤멸적인 상황이 올 것이다. 총선에서 새롭게 거여 견제론 같은 것을 제기하겠지만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거다. 민노당은 이념적 논쟁에 빠져 있었다. 변화된 정서에 걸맞은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운동세력인지 제도권 정당인지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도 참패할 것이다.

김형준=이번 대선의 최대 승자는 한나라당이지만 그 다음 창조한국당이라 본다. 지난 11월 창당했는데 민노당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향후 정국에서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이 하나로 결합하지 못하면 힘들다. 민노당은 철학은 있지만 과학이 없었다. 민심을 얻어낼 수 있는 게임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 코리아 연방공화제와 100만 민중대회 등은 지지자들조차 등돌리게 한 전략이다. 대안이 되려면 민노당식 제3의 길을 제대로 가야 한다. 세대교체도 이루어져야 한다. 새롭고 젊은 신진보의 모습과 함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이재국차장·정리/김종목기자·사진/우철훈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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