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타고 中-日 등서 원정나온 '사생팬' 늘어

2007. 12. 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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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를 타고 해외에서 원정 나온 '사생팬'(스타의 사생활을 쫓는 팬)이 늘고 있다.

 한류여행상품을 이용해 드라마 세트장이나 스타가 자주 가는 음식점 등을 찾던 '단기파'에서, 해외연수 등을 통해 스타와 24시간 호흡을 같이하려는 '장기파'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

 중국이나 일본서 건너온 이들 해외 '사생팬'은 한국어 연수를 '빙자'해 스타 집 근처에 숙소를 구한 뒤 본격적으로 '사생을 뛰는' 열혈팬이다.

 이들은 매니저도 모르는 '오빠'들의 스케줄을 캐내는 정보력에다, 택시를 대절해 신속히 이동하는 기동력까지 갖춰 한국팬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2년째 동방신기의 사생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진혜경씨(27)는 "동방신기의 숙소인 서울 삼성동 A 아파트 옆 빌라에 둥지를 튼 중국팬들은 한국팬 뺨치게 열심히 활동한다"면서 "'사생을 뛰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티가 팍팍 난다"고 전했다.

 아예 서울로 이삿짐을 싼 뒤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일본팬들도 많다. SM 엔터테인먼트 김은아 홍보팀장은 "회사 앞에 매일같이 출근도장 찍고 무작정 기다리는 일본팬들도 있다"면서 "방학을 맞아 한국어 연수를 온 학생부터 30대 골드미스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사생팬은?

 좋아하는 스타의 사생활만 쫓아다니는 팬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 등과 같은 아이들 스타의 집 앞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빠들'의 얼굴을 한번 보길 염원하는 소녀팬들로 늘 북적인다.

 물론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 때부터 스타들의 집 앞은 소녀팬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톱스타 이효리가 H.O.T가 가요계를 호령하던 때 토니안의 '사생팬'으로 활동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인 스케줄만을 따라다니는 팬들이 늘면서 '사생팬'이란 용어까지 생겨났다.

 공개방송을 위주로 활동하는 '공방팬'과는 스스로를 차별화시키는 이들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사생 뛴다'는 표현을 쓴다.

 6개월째 시아준수의 사생팬으로 다니고 있다는 대학생 정희영씨(22)는 "(사생팬은)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공식적인 스케줄은 잘 안다니는 편"이라면서 "오후까지 수업을 듣고 (동방신기의) 숙소로 직행해 새벽까지 지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정씨는 "(사생팬 활동은) 중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집앞을 하루종일 지키고 있어도 허탕치는 날이 많지만 그래도 안가면 웬지 불안하다"고 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홍은주씨(29)는 사생팬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최근 자동차를 뽑았다. 그동안 콜밴을 타고 사생을 뛰던 그녀는 시간당 1만5000원에서 3만원까지 하는 콜밴 비용이 너무 커 차라리 차를 뽑자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

 해외팬들의 경우, 단골 택시기사까지 '두고' 사생을 뛴다.

 동방신기가 한국활동을 할 때면 사생팬들과 함께 스타의 밴을 뒤쫓는 택시기사 권모씨(43)는 "3, 4명씩 그룹지어 지방 스케줄까지 쫓아다니는 중국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대구며 부산까지 따라간다"면서 "어떤 중국팬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에게 그랜드피아노까지 선물했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권씨에 따르면 해외팬의 경우 스타들의 회식장소에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음식점 앞을 지키는 매니저나 경호원들도 관광객인 줄 알고 제지를 안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사생뛰는 택시기사들도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날이 갈수록 스타나 매니저들의 팬 따돌리는 솜씨가 늘어 쫓아가는 것도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건전한 '오빠사랑'으로 발전하는 팬문화

 매니저와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하고, 수업을 빼먹고 가출까지 하며 '사생팬' 활동을 하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그러나 스타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서거나 선행을 하는 팬클럽도 점차 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홍보팀장은 "요즘 팬들은 자신들이 잘못하면 오빠들이 욕을 먹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콘서트가 끝나면 그 자리를 치우고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벌이는 팬들도 있다"고 전했다.

 사생팬 정희영씨에 따르면 이들 사이에도 불문율은 있다는 것.

 스타가 나타나더라도 숙소 근처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는 행동은 금물. 사진을 찍거나 달려드는 행동도 큰일 날 짓이다.

 그냥 묵묵히 서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자신들의 눈에 스타의 색다른 모습을 담아두고 행복해 한다는 것.

 진혜경씨는 "이제는 해외팬들도 이런 암묵적인 약속을 따른다"고 전했다.

 < 김소라 기자 scblog.chosun.com/soda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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