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경고조치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 헌법학자 10명 중 6명은 대통령은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중 70% 이상이 선거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본보가 21일 한국법학교수회 소속 헌법학자 중 무작위로 34명에게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21명(62%)은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응답했다.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자격은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일반 국민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가권력기관이자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대통령은 청구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오호택
한경대 교수는 "헌법소원은 순수하게 개인자격을 가진 일반 국민이 낼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도 "선관위 경고를 받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자연인이 아니라 대통력 자격으로 판단돼 이에 관한 헌법소원 청구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대통령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해당 부처에 지시해서 개정을 하면 되지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도 헌소 자격이 있다는 의견은 13명(38%)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 침해시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20명(58%)이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선거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은 26명(76%)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당연하지만 대통령이 특정인의 당선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등 무한정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경철
강원대 교수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완식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법적으로 인정되느냐 마느냐를 논하기 전에 이를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대통령은 정당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의 허용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에 대한 경고 조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24명(70.5%)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김수갑 충북대 교수는 "유권해석 이후 나온 경고이자 법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공권력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배원 부산대 교수는 "검찰에 고발했다면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지만 일종의 권고 수준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달리 했다.
허윤 김현길 기자 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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