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신년연설]"민생은 송곳..남은기간 책임다해"

2007. 1. 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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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참여정부 4년간의 정책과 실적 및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마무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민생경제와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민생 문제및 경제정책=노 대통령은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고,지금도 이 한 마디는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의 민생도 어렵고,특별히 취약한 계층의 민생도 어렵다.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의 살림은 더욱 어려워지고 어려운 사람들은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한 뒤 "그러나 지금의 민생 문제는 옛날의 민생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바로 양극화 현상이고,세계화,정보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도기업,실업자,비정규직 숫자가 급증했고 2002년 신용위기를 맞아 가계 부도사태까지 초래하며 양극화가 심화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민생문제의 대책에 대해서 "경제만 좋아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된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책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가 좋아지면 민생문제는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언제 대통령이 바뀌어서 민생이 금방 달라졌던 기억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생문제라는 것이 한 두개의 정책으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정부의 정책이 쌓여서 오늘의 민생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헌 당위성=노 대통령은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논의거부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에는 고쳐야 할 조항이 많은데,이번에 1단계 개헌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20년간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여야 지도자들과 모든 언론들이 (개헌을)하자고 했던 것 아니냐"며 "이 때까지 하자는 사람들이 왜 벙어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꺼내 놓으니 모두들 입을 다물어 버렸다"며 "무엇이 대통령과 여당에게 유리하고 야당에게 불리한 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대언론관계=노 대통령은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언론의 특권과 횡포에 대항하고 있다"며 "피곤하니 그만드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떤 특권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언론이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책임있게 대안을 말하는 언론,보도에 책임을 지는 언론이 될 때까지,그리고 스스로 정치를 지배하려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시민의 권력으로 돌아가고,사주의 언론이 아니라 시민의 언론이 될 때까지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차기 지도자론=노 대통령은 "앞으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경제만 말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 성장과 사회 투자와 사회적 자본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역사를 돌이켜보면,국민에게 행복과 영광을 가져다 준 지도자는 단지 경제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었다"며 "거시적 관점에서 철학과 통찰력을 가지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과제를 착실히 수행한 지도자이고,미래를 준비한지도자였다"고 강조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론을 펴면서 현재 여야에서 거론되고 있는 차기대선 주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경제전문가로는 안 된다'는 데 데 방점을 찍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 시대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고,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관심은 성공한 대통령이나 역사의 평가가 아니다"라며 "성공한 대통령에 매달리지 않고 남은 기간 책임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 반응=한나라당은 "자화자찬과 책임전가 헐뜯기로 가득찬 실망스러운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책임이라는 단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품격 없는 연설로 작년 8월 방송사 회견 이후 다섯번째 자기 강박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구구절절 자화자찬이고 야당과 언론에 대해서는 헐뜯기와 책임전가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문민정부로부터 민생문제를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도 갖가지"라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탓은 왜 안하느냐"고 비꼬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정치이슈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경제를 살리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 전념하길 바란다"며 "통계상으로 볼 때 참여정부 들어 민생경제가 좀 더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대통령과 국민간의 거리가 얼마나 먼 지를 새삼 확인했다"면서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종수 김영석 기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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