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은 마치 대선 후보가 청중 앞에서 하는 연설을 연상케 했다. 평소보다 높은 톤의 목소리로 그동안 자신을 향한 불만에 대해 강하게 항변하며 열변을 토했다. 격한 감정에 손짓도 하고,심한 경상도 사투리까지 섞어가며 거친 표현들을 그대로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또 "
링컨 대통령의 포용 인사는 제가 김근태씨나 정동영씨를 내각에 기용한 그 정도하고 비슷한 수준인데,저는 비슷하게 하고도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니까 힘들다"면서 "링컨 흉내 좀 내려고 해봤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재미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전직 국방장관들 비판=노 대통령은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 전직 국방장관들과 합참의장 등 전직 군 장성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 국방비의 몇 배를 쓰고 있다. 한두해도 아니고 근 20년간 이런 차이가 있는 국방비를 쓰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옛날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고 하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이라며 "미국한테 매달려,바지 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면 이게 자주국가의 국민들 안보의식일 수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노 대통령은 ""작전통제권,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며 "작통권 환수하면 안된다고 줄줄이 성명내고,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흔들어라 이거지요"=노 대통령은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을 때 북한과 안보 문제를 놓고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중국과 동북아 안보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명백히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북한 문제,북한 유사시 한·중간 긴밀한 관계 등에 대해 모를 리 있겠느냐"며 "알면서도 왜 작통권 환수를 지금까지 할 엄두도 안내고 가만 있었을까,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흔들어라 이거지요,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예 그렇게 됐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노무현이가 잘한다 못한다 말 많고,이것은 왜 이랬냐,그거 다 시어머니가 앉아서 며느리 밥상 차려오는데 잔소리 하려면 할 거리가 없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영 멍청하지 않으면 기왕에 뽑아놓았는데 국방,외교,안보,통일 이것 저한테 다 맡겨줘라"며 "맡겨놔라고만…좀 맡겨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짜고치는 고스톱=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에서 9·19 북핵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미국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계좌동결 조치를 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9·19 공동성명이 있었는데 그 2,3일 전 미국 재무부에서는 이미 BDA에 대한 계좌동결 조치를 해버렸다"며 "미 국무부가 미처 몰랐던 것 아닌가,그래서 여기까지 와버린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또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이틀에 한번씩 말다툼한다"=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언론 보도를 놓고 이틀에 한번씩 말다툼을 한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저더러 아내가 신문 보라고 한다"며 "나도 신문을 직접 보기도 하고,요약분석한 것 보고받는데 신문 보고 참모와 대화하면 자꾸 엇나간다"고 언론에 대한 불신을 털어놨다. 언론이 부정확한 정보를 갖고 보도하기 때문에 참모들의 말에 귀 기울인 뒤 나중에나 참고삼아 언론을 볼 뿐이라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원칙인데 지금 국민들한테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다"며 "슬프지만 어쩔 수 있나,슬프다 말하고 노여워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고 그렇다"고 말했다.
◇김정일도 판단력 있다=노 대통령은 전쟁에서 이기는 안보,그것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라는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됐을 때 패널들이 저한테 '노 후보,김정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데 '예'라고 하면 그날로 박살나는 것이고 '아니오' 해도 곤란하고,이렇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 유일의 정치 풍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정일도) 공산주의 또는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그 체제에 맞는 수준의 그것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적어도 판단력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쉽게 말해 사람이 저 죽을 짓 하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완전히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이런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이것까지 우리(사회)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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