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검, 공보다 과가 더 많았다"

입력 2003. 8. 5. 11:08 수정 2003. 8. 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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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의 기소 및 공소유지로 대북송금 의혹 사건 공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북송금 특검팀 특별수사관으로 수사에 참여한 김승교 변호사(법무법인 정평)가 특검수사의 공과(功過)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의 송두환 특별검사의 요청으로 "민변"에서 파견해 특검 기획팀에서 전반적인 수사방향을 정하는 기획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김승교 변호사(34)는 남북공동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가 격주로 발행하는 웹진 <정세동향>(www.615.or.kr/) 최근호(14호)에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평가-그 본질과 문제점"이란 제목의 장문(원고지 110매 분량)의 글을 실었다. 김 변호사는 특검팀에 파견되기 전까지 한국민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 특검은 공보다 과가 많은가 지난 6월 25일 송두환 특별검사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빈 특검보, 송두환 특별검사, 김종훈 특검보. ⓒ 주간현대 유장훈 김 변호사는 이 글에서 우선 대북특검 수사의 본질과 관련해 특검이 구성된 배경이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를 둘러싼 냉전수구와 진보개혁의 갈등대립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김 변호사는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의 의혹제기와 폭로, 특검법의 제정・공포는 사실 순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는 "정쟁의 산물임과 아울러 남북간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반대하고 김대중 정부 통일정책의 성과를 시비하는 반동적 역사 흐름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남긴 네 가지 상처김 변호사는 이로 인해 특검이 남긴 "네 가지 상처"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현대가 남북교류협력의 길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음에도 정부와 사회가 나서 현대의 대북사업을 적극 도와주기는커녕, 그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해놓았다고 비판해 관심을 끈다.

첫째, 6・15공동선언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상처이다.

특검수사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비정상성"이 크게 부각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비리의혹으로 가려버렸다는 것이다. 남측이 자진하여 "특검 소동"을 일으켜 놓은 마당에 2차 정상회담이 2000년 6월의 정상회담에서 이미 약속된 것이라며 북측에 2차 정상회담의 구속력과 이행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둘째, 대북 화해협력정책 및 남북경협에 대한 상처이다.

특검수사는 결과적으로 남북대화와 경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유포시켜 남북대화와 경협을 "뒷거래"에 의한 것으로 범죄시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경협에 앞장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에 대한 큰 상처이다. 현대가 남북교류협력의 길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것일 뿐만 아니라 분단 50년의 장벽을 허문 역사적 대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남북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기여하였고, 경제적으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사회-문화적으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접촉과 교류협력의 창구로 기여하였다.

김 변호사는 "현대의 대북사업은 경제사업을 넘어 평화를 퍼오는 "평화사업"으로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고까지 평가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사회가 나서 현대의 대북사업을 적극 도와 주기는커녕, 그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해놓았다"고 지적했다.

셋째, 통일운동에 대한 상처이다.

특검은 결과적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흥미를 감퇴시켰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른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특검이 탄생하고 장기화됨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남북대화와 남북경협을 죄악시하고 밀실야합으로 보는 시각이 은연중 확산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다"면서 "이로써 상당수 국민들에게 통일에 등돌리고 통일문제에 대해 흥미를 잃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유포함으로써 남북대화와 경협을 뒷거래에 의한 것이고, 북에 대해 남북대화와 경협이 부정한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영상을 흐려놓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특검수사는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에 대한 명분과 여론을 강화해준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지역분열・지역감정의 상처이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정은 골 깊은 지역감정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희망하는 호남지역의 일반적 정서를 무시하고 특검법 공포를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특검의 수사가 진척됨에 따라 영・호남간 새로운 지역감정이 노정되었다"고 지적했다.

"대북송금 특검수사, 공(功)보다 과(過)가 더 크고 많았다"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특검의 공과(功過)를 이렇게 규정했다.

우선 김 변호사가 꼽는 특검의 공(功)은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 노력이다.

예를 들어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방북을 위해 출국금지 일시해제와 방북승인을 요청한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에 대해 이를 허용한 것과, 6월 30일 개성공단착공식을 고려하여 그 이전에 특검수사를 끝내려 고심・배려한 것이 그것이다.

또 특검이 수사결과 발표에서 대북송금의 성격에 대해 4억불은 현대경협의 대가이고, 1억불은 정책적 차원의 대북 지원금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관련자의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에 대해서는 ▲실정법의 잣대에 따라 최대한 사법처리하는 법실증주의적 태도와 ▲정상회담의 역사적 가치와 남북관계의 앞날을 고려하여 사법처리를 자제 또는 거부하는 결단주의적 역사적 태도(공소권 없음 또는 전원 기소유예)가 있을 수 있는데, 특검은 그 중간에서 사법처리의 범위와 정도를 적당히 조절하여 타협적으로 처리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애초 명제는 수사 및 법실증주의 논리에 쫓기어 후퇴"이에 반해 과(過)는 더 크고 많았다. 김 변호사가 꼽는 과(過)는 ▲선(先) 진상규명 후(後) 일괄처리 원칙의 파기 ▲통치행위론의 포기 ▲언론브리핑의 문제 ▲박지원 구속과 150억원의 문제 등이다.

김 변호사는 우선 ""대북비밀송금의혹사건"은 진실규명이 될 필요가 있을지라도, 국가수반의 통치행위적 측면과 남북관계・외교관계의 측면이라는 2중・3중의 특수성으로 인해 공개가 부적절할 수 있고 처벌은 더더욱 부적절한 것일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신중한 접근"과 "선(先) 진상규명 후(後) 일괄처리"라는 원칙이 필요했고 그렇게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의 의미를 훼손치 않고 남북관계를 고려하겠다"는 애초의 명제는 수사논리와 법실증주의 논리에 쫓기어 후퇴하였고, 하루 두 차례씩 언론브리핑이라는 특검 사상 유례없는 길을 걸음으로써 언론과 여론의 눈・귀를 필요 이상 붙들어두어 비공개의 여지를 축소・제한했으며, 실수든 고의든 통치행위 논란에 대한 섣부른 언급은 "신중한 접근"의 노력을 무력화해 버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이근영씨와 이기호씨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기소는 "선 진상규명 후 일괄처리"라는 원칙을 허물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논리와 상식상 윗선(?)에 대한 구속기소를 당연시하도록 만들어 최대한 사법처리의 의아심마저 생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수사기간연장 승인신청을 눈앞에 두고 박지원씨를 구속하며 그 영장청구서에 서둘러 뇌물부분을 포함해 버림으로써 터진 150억원의 문제는, 의도했든 아니든 수사기간 연장을 우려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상당부분 눌러버림과 아울러 그 유무죄와 수사대상 논란의 부담을 무리하게 떠앉아 버리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특검법 공포와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 둘 다 정치적 결정한편, 김승교 변호사는 이 글에서 특검법 공포와 연장 불승인의 정치적 함수에 대해서도 분석해 주목을 끈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공포의 배경으로 ▲야당과의 상생・협력 정치 ▲반(反) 김대중 유권자들과 영남지역에서의 지지기반 확대 ▲민주당 내 구파(동계동계)에 대한 정치적 타격 ▲민족문제・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적 빈곤을 들었다.

반면에 노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한 배경으로는 ▲민주당 내 신・구파간 분열양상 ▲특검의 진척이 민주당 내 구파(동계동계)의 단결과 입지를 강화시키는 측면 ▲노무현 지지층의 비판과 이탈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급격한 지지율 하락 등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특검법 공포의 배경이건,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의 배경이건 둘 다 정치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정적으로 좌우했다는 지적이다.

"다수당의 횡포와 특검제도 남용으로 인한 "특검망국론" 우려"김 변호사는 이 글의 마지막에서 특검제도의 문제점 세 가지를 거론했다.

우선, 파견 검사에의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파견 검사들이 수사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현행법제상으로도 특별수사관이 사법경찰관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어, 특별수사관이 피의자신문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도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수사기간의 제한에 따른 한계와 문제이다. 즉 구속기간과 수사기간의 부조화, 수사기간 종료 후 재판진행 중 보강수사가 불가능한 점 등이다.

셋째, 특검제도의 남용이다. 특히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특검망국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지적은 대북송금 특검활동에 참여한 한 특별수사관 개인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특검 내에서도 수사방향 및 범위와 관련해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특검이 출범 당시 표방한 원칙들이 수사논리와 법실증주의 논리에 함몰되어 나중에는 선 진상규명 후 일괄처리 원칙을 파기하고 구속자를 남발해 "실적주의"로 흘렀다는 재야 법조계의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김당 기자 (dangk@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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