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인터뷰]박지원 "DJ도 MB와 똑같은 말 했을 것..'확전말라'"

박정규 2010. 12. 5.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박정규 장진복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이명박 대통령(MB)과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확전을 자제하라고…."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연평도 피격사태 이후 청와대가 번복했던 '확전 자제' 당부를 이 대통령이 실제로 했던 발언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연평해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거론하며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 "잘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국민 정서가 한 쪽으로 치우치더라도 대통령은 원칙에 따라 방향을 정하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자기희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제1야당의 원내활동을 이끌어오면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여야간 큰 충돌없이 국회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 있는 예산국회에서 결국 한 차례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그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 등을 들어봤다.

◇"靑 참모진, 대통령에게 떠넘기지 말고 자기희생 해야"

박 원내대표는 여전히 이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당부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는 잘한 일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중 이같은 사태가 터졌다면 어떻게 대처했겠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과 똑같은 말씀을 했을 것"이라며 "'확전 자제하라'고, 그리고 (일단 교전이) 끝났으니까 '재도발시 배로 응징하라'고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다른 것은 교전했을 때 그 때 좀 강하게 응징했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도 확전 자제하라, 재도발시 응징하라고 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평해전 때도 김 전 대통령은 '먼저 발포하지 말라. 거기서 발포하면 응징을 해버려라. 반드시 이겨라. 그러나 확전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확전 자제' 발언을 부인한 데 대해서는 "잘한 것인데 아니라고 하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모진에게는 "자기희생을 좀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모두 대통령한테 떠넘기잖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전수칙 개정 등은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란 장담도 했다. 그는 "그렇지만 (연평해전을 보면) 이겼지 않느냐"며 "결국은 평화로 가야 한다. 전쟁을 해서 이익이 된 게 뭐가 있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정서는 99% (전쟁을 하라고) 비판해도 대통령은 원칙을 지켜야한다. 그래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최근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전체 발언 맥락이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적극 설명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토론회 전체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점을 거론한 뒤 "그 이상 잘 할 수 없다. 멘트가 좋다고 했다"며 "워딩(문장)만 딱 뽑아버려 오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해야한다'는 찬성론자"라며 "(이번 FTA는) 그대로 했어야 한다. 왜 그렇게 재협상을 해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18번'은 '내 곁에 있어주'

박 원내대표의 '18번'(애창곡)은 이수미의 '내 곁에 있어주'다. 그는 "'나는 네가 좋아서 순한 양이 되었지. 풀밭 같은 너의 가슴에 내 마음은 뛰어 놀았지∼', 이런 노래"라며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이 노래와 함께 소개한 에피소드가 의미심장하다.

"6·15 남북정상회담 때 노래를 불렀다. 나한테 노래하라고 해 '내 곁에 있어주'를 했다. 앵콜을 하더라. 그래서 또 하나를 했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를."

통일을 염원하는,그러면서도 현실에서는 대치해야만 하는 남북의 상황을 절묘하게 담아낸 것이다. 그는 "'우린 지금 여기서 가면 평양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너무 쉽게 헤어진다. 다시 만나자'는 뜻이었다. 노래에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전 대통령이 박 원내대표에게 남긴 가르침은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가 의정활동을 한다는 의미)'란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구인 목포로 내려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온다. KTX로 혼자 이동하는 왕복 6시간40분동안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금귀월래' 하라고 했다. '2년만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국민이 널 찾을 것'이라고 했다"며 "1년이 52주인데 50번 이상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3년 동안 3번 안 내려갔다. 매년 51번씩 갔다"고 밝혔다. 목포에 가면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 등 서민층을 둘러보는 데 주력한다.

그렇지만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나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정치적·역사적 소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또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 혼자 '대통령님, 지금 이 순간 제게 무슨 말을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네 생각은 중요치 않고 국민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하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카운터 파트'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늘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와 같은 파트너를 만난 덕에 오늘도 난리는 쳤지만 해결했잖느냐"고 협력관계임을 과시했다. 인터뷰가 이뤄진 때는 진통을 겪던 국회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해 김 원내대표와 합의한 직후였다.

그러면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그렇게 원하진 않는다. 대통령 뜻만 따르지 말고 국민의 뜻에 따르라고 김 원내대표에게 당부하고 싶다"며 "몇몇 고비들을 넘어왔지만 이제 4대강 예산 때문에 한 번은 치든지, 맞든지를 하게될 것 같다"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7일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딸과의 가족여행에도 함께 하지 못하고 단 한 끼만 같이 식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는 박 원내대표는 그래도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의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있다.

그는 "밖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안에선 안하잖나. 집에서 혼자 트위터를 하고 있으니까 딸들이 아빠는 집에 오면 엄마랑 얘길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무란다"며 웃었다.

< 관련사진 있음 >

pjk76@newsis.com

<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