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MB정부 재도약 발판될까?

김선주 2009. 1. 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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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이 재도약을 위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취임 직후 '쇠고기 파동', 국제 금융위기 등으로 '경제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식 아래 인적 구성원 재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이 대통령은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하자 3일 뒤 '빅4'를 교체했다. 국정원장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에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내정하고, 임채진 검찰총장은 유임했다. 국세청은 당분간 차장이 직무대행토록 했다.

정통 행정 관료인 원세훈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발탁돼 능력을 인정받았다. 'S라인(서울시 출신)' 대표주자인 그는 내각 구성원 중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권 착근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동향인 김석기 청장도 경찰 내 'SD계'로 분류돼 온 인물. 비교적 한직인 경찰종합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쇠고기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기용된 그는 당시 강경한 진압으로 정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인사의 최대 특징은 '사정권력의 TK화'다. 원세훈(경북 영주)·김석기(경북 영일) 내정자는 TK, 김성호(경남 남해) 국정원장·어청수(경남 진주) 경찰청장은 PK 출신이다. 다만 유임된 임채진 검찰총장은 PK(경남 남해) 출신이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차기 국세청장은 호남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뻔히 'TK 편중인사'라는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결정한데에는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청와대의 절박한 심정이 깔려 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을 전진 배치해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1.19 개각'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통일부 등 2개 부처 장관과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국무총리실장을 교체했다. 차관급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방위사업청장, 기상청장,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사무차장, 소청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등 9개 부처 차관도 교체했다.

이로써 '기획재정부-금융위원장-청와대 경제수석' 등 이른바 '경제팀'이 물갈이됐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후임에는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내정됐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후임에는 진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 박병원 수석 후임에는 윤진식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발탁됐다. 정통 관료 출신들로 '2기 경제팀'을 꾸린 뒤 민생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산이다.

'박영준-이주호-현인택' 등 소위 '왕의 남자'들도 귀환했다. 1기 청와대 참모진 중 '왕(王) 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디자인한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발탁됐다.

특히 박영준 내정자는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주창한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야인(野人) 생활에 접어든 지 7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해 주목받았다. 정부 부처 정책을 총괄하는 총리실 국무차장에 최 측근을 기용해 공직 사회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이주호 내정자는 인수위 시절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를 맡아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등을 주도한 인물. '교과서 파동' 때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청와대 안팎에 있는만큼 '이주호 투입'으로 인한 노림수는 확실한 교육부 장악과 MB 교육철학 착근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의 입각도 '1.19 개각'의 관전 포인트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현 교수는 잘 알려졌듯이 '비핵개방 3000 구상' 'MB 독트린' 등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인물. 남북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현 시점에서 현 교수의 기용은 '선(先) 비핵화 후(後) 대북지원'이라는 대북 기조 강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지난 20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복귀했다. '쇠고기 파동' 여파로 청와대를 떠난 지 7개월 만의 귀환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정책 산파인 국제전략연구소(GSI)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한 그는 한반도 대운하, 나들섬 프로젝트 등 핵심공약을 디자인한 인물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비서관급 인사 이동 및 대통령실 조직 일부 개편으로 갈음됐다. 박병원 수석을 제외한 수석비서관급은 모두 유임됐다. 대신 국정기획수석 산하에 지역발전비서관을 신설해 지역발전 정책, 4대강 살리기 정책, 수도권 정책 등 지역관련 업무를 강화키로 했다.

경제수석 산하에는 비서관급 인사가 이끄는 '금융팀'을 신설해 금융 및 구조조정,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금융정상회의 관련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개편보다 꼭 필요한 부분만 신설 또는 기능을 강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업무 효율성을 재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직전 단행된 일련의 인사에는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 대통령의 심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정치인 입각을 철저히 배제하고 최 측근들을 재기용한 점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이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냈다. 정통 관료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점도 금융위기 돌파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측근들을 부처 차관으로 내려 보내 관료 사회를 장악하겠다는 복안도 '차관 정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인사의 최대 변수는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이 될 전망이다. 하필이면 개각 다음날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당장 지휘 선상에 있던 원세훈 장관과 김석기 청장의 용퇴론이 대두됐다. 취약 계층인 철거민들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김석기 청장의 경우 내정 철회를 놓고 청와대 안팎에 강온기류가 교차하는 가운데 새 출발을 다짐한 이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선주기자 saki@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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