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연평도를 초계비행한 조종사의 일기

2010. 12.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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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M&M]

11월 23일 오후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 비상대기 중이던 전투기들은 즉각 출격했다.

모든 조종사들이 비행 장구를 착용하고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대기했다. 나는 후배 조종사들을 이끌어 가는 편대장으로써 야간비행임무를 자원했다.

그 날 새벽 긴급 출격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장거리 레이더 미사일을 장착한 KF-16 전투기에 뛰어올라 엔진을 점화했다.

이 날 부여된 임무는 연평도상공에서의 전투초계(Combat Air Patrol)임무였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기 위해 최대 속도로 연평도 인근 상공까지 돌진했다. 피로를 느낄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연평도에 접근하면서 나를 비롯한 우리 편대 조종사들은 본능적으로 전투기에 장착된 미사일을 발사 준비 상태로 위치시켰다. 엄지손가락 아래에 놓여 있는 빨간색 발사버튼을 누르면 미사일이 적을 격추시키기 위해 바로 날아가게 될 것이었다.

갑자기 북 포격으로 전사한 장병들의 영정사진이 떠올랐다. 그 순간, 북한이 연평도에 쏟아 부었던 그 포탄보다 강력하게 응징보복하여 박살내고자 하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북한의 무차별 포화 속에 생사를 넘나들며 울부짖었던 연평도 주민들의 비명이 들리는듯하여 분노가 치밀었다.

이른 새벽까지 전투초계 비행은 계속되었다.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귀환한 나는, 낙하산과 G-Suit 비행 장구를 착용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7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는 가끔씩 나에게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응징보복', '초전박살' 이라는 말을 자주 해서 그렇단다.

하지만 나는 빨간마후라를 목에 거는 순간부터 '적의 심장부를 향해 응징보복'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다. 이는 공군의 조종사들이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가장 처참하고 고통스럽게 갚아준다는 의미이다. 우리 대한민국 공군의 전투조종사만이 이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신조 사건 당시 평양의 김일성 집무실을 폭격하라는 지시가 내려져서 당시의 조종사들은 유서를 쓰고 마지막 명령을 기다리기까지 했다는 예비역 공군 조종사의 증언은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공군은 적의 핵심 목표를 즉각적으로 타격하기 위한 임무를 부여 받는다.

오늘도 나는 비상대기 근무 중이다.

중무장한 KF-16 전투기와 미사일들을 맨 손으로 어루만져 본다. 전투기 동체가 겨울이라 차갑기만 하지만 출격명령이 떨어지면 나는 엔진에 점화하여 여기에 뜨거운 생명을 불어 넣을 것이다.

죽지 않는 불사조처럼 "적에게 전율을, 조국에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나는 오늘밤도 조국의 하늘을 지킨다.

글 : 소령 홍관선

기사 원문 : [비행을 말하다] 불타는 연평도 상공을 초계비행한 KF-16 조종사의 일기

http://afplay.tistory.com/327

기사 제공 : 공군 블로그 '공감 season II' http://afpla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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