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안창호 강산개조론을 왜곡했다"

2009. 1. 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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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상해 임시정부 시절의 도산 안창호 선생.

ⓒ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를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도산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천하자) 사상에 영감을 얻어 '실용정부'를 정부의 모토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을 도산의 '강산개조론'에 빗대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 자리에서 "4대강 살리기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자체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90년 전인 1919년 도산 안창호 선생도 우리의 강산개조론을 강조하실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의 문성근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언급한 도산 선생의 강산개조론은 원래의 의미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비서진이 '개조론'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 듯"

문성근 실장은 12일 < 오마이뉴스 > 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도산 선생의 '강산개조론'은 1919년 상해에서 한 연설에서 나왔다"며 "의식개혁 등 여러 가지 개조론 중의 하나로 강산개조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자연을 제대로 보존해야 동물도 곤충도 어류도 살아나는 것이지 자연이 약해지면 민족도 약해진다는 것이 당시 연설의 중요 포인트"라며 "그것은 강산을 가치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잘 보존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실장은 "그런데 청와대 비서진은 '강산개조'라는 말만 보고 인간의 힘으로 강산을 이용해도 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이는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4대강 개발하는 것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역사적 위인의 말씀을 빌려 정당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며 "청와대 비서진들이 도산 선생의 연설 내용을 제대로 봤다면 이 대통령이 그런 비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대운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4대강 개발은 도산 선생의 강산개조와 전혀 다르다. 제대로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안했을 것 같은데, 개조론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 것 같다. 청와대측이 주도면밀하지 못했고 즉자적이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19년 상해에서 이렇게 연설한 바 있다(자세한 연설내용은 상자기사 참조).

"강과 산을 개조하고 아니하는 데 얼마나 큰 관계가 있는지 아시오? 매우 중대한 관계가 있소. … 저 산과 물이 개조되면 자연히 금수, 곤충, 어오(魚鰲)가 번식하게 됩니다. … 그 민족은 자연을 즐거워하며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높아집니다. … 강산이 황폐함을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하여집니다."

도산은 이 연설에서 "우리 사람의 일생에 힘써 할 일은 개조하는 일"이라며 교육·종교·농업

·상업·풍속·습관·음식·의복·거처·도시·농촌 개조 등과 함께 '강산개조론'을 제기했다.박만규 흥사단 중앙수련원장(전남대 역사교육과 교수)도 지난 9일 < 오마이뉴스 > 와의 전화통화에서 "도산 안창호는 상해 연설에서 '우리나라가 문명화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니 우리 각자의 생활 습관은 물론, 주택가옥과 음식 등 모든 것을 개조해야 한다'는 얘기를 강조하려고 했다"며 "'강산개조'는 그 중에서 하나의 예로 든 것이지, 특별히 강산 개조에 중점을 둔 연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산 안창호의 말씀을 왜곡했다"

문성근 실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9일 자신의 블로그( http://peopletopia.tistory.com)에 '이명박 대통령의 곡학아세-도산 안창호 선생의 국토개조론을 왜곡하지 마세요'라는 글도 올렸다.

문 실장은 이 글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도산 선생의 말씀과 전혀 반대되는 내용으로 도산 선생을 심하게 곡해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직장인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안창호씨'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꼬집었다.

문 실장은 "도산이 국토를 개조하고자 한 것은 당시 우리 민족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여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것을 우려한 말"이라며 "도산 선생은 강산이 황폐해지면 민족도 허약해진다고 명확히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실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계획이 강산을 크게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토건시절의 방식으로 자연을 개조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상이 강산을 크게 훼손할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4대강 개발사업은)는 도산의 말씀에 따르면 민족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도산의 말씀과 전혀 상반되는 태도를 취하면서 곡학아세했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자신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적 위인의 사상을 왜곡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진정 이명박 대통령이 도산 선생을 존경하고, 그의 뜻을 따르고자 한다면 '강산이 황폐함에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해진다'는 말씀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창호 1919년 연설에 담긴 '강산개조'

다음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19년 상해에서 한 연설 중 '강산개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는 지난 1999년 흥사단 출판부에서 출간한 < 안도산전서 > 에 실린 것으로, 정확한 연설 날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도산은 상해 임시정부 내무총장과 국무총리 대리를 겸하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 사람이 일생에 힘써 할 일이 무엇일까요? 나는 우리 사람의 일생에 힘써 할 일은 개조하는 일이라고 하오. (중략)

우리 한국을 문명한 한국으로 만들기 위하여 개조의 사업에 노력하여야 하겠소. 무엇을 개조하잡니까? 우리 한국의 모든 것을 다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의 교육과 종교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늬 농업도 상업도 토목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의 풍속과 습관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의 음식, 의복, 거쳐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 도시와 농촌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심지어 우리 강과 산까지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여러분 가운데 혹 이상스럽게 생각하시리다. '강과 산은 개조하여 무엇하냐?' 하시리다마는 그렇지 않소. 이 강과 산을 개조하고 아니하는 데 얼마나 큰 관계가 있는지 아시오. 매우 중대한 관계가 있소.

이제 우리나라에 저 문명스럽지 못한 강과 산을 개조하여 산에는 나무가 가득히 서 있고 강에는 물이 풍만하게 흘러간다면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 되겠소. 그 목재로 집을 지으며 온갖 기구를 만들고 그 물을 이용하여 온갖 수리에 관한 일을 하마로 이를 좇아서 농업, 공업, 상업 등 모든 사업이 크게 발달됩니다.

이 물자 방면뿐 아니라 다시 과학 방면과 정신 방면에도 큰 관계가 있소. 강산과 물이 개조되면 자연히 금수, 곤충, 어오(漁鰲)가 번식됩니다.

또 저 울창한 숲속과 잔잔한 물가에는 철인 도사와 시인 화객이 자연히 생깁니다. 그래서 그 민족은 자연을 즐거워하며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높아집니다. 이와 같이 미묘한 강산에서 예술이 발달되는 것은 사실이 증명하오.

만일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 두면 산에는 마구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릅니다. 그러다가 하루 아침에 큰 비가 오면 산에는 산사태가 나고 강에는 홍수가 넘쳐서 그 강산을 헐고 묻습니다. 그 강산이 황폐함을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하여집니다.

그런 즉 이 산과 강을 개조하고 아니함에 얼마나 큰 관계가 있습니까? 여러분이 다른 문명한 나라의 강산을 구경하면 우리 강산을 개조하실 마음이 불 일 듯하시리라. 비단 이 강과 산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개조하고 아니하는 데 다 이런 큰 관계가 있는 것이오. 그런 고로 모든 것을 다 개조하자 하였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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